악취 배출 기준을 어긴 도내 양돈장을 대상으로 강화된 규제 조치를 내렸던 제주도가 뒤늦게 '법 해석을 잘못했다'며 이런 규제를 스스로 취소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으로 지정했던 38곳에 대해 지난달 30일자로 지정 취소를 고시했다.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에서 해제된 38곳 가운데 대다수인 37곳이 도내에서 돼지 등을 키우는 양돈장으로 전체 시설 규모는 14만㎡에 달한다.
이들 양돈장 등은 악취 배출 기준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난 2019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으로 지정됐다.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은 '악취관리지역'과 같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 받는다. 악취관리지역은 악취배출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이 둘 이상 인접해 모인 곳 중, 악취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하고 악취 민원이 1년 이상 집단적으로 제기된 곳을 일컫는다. 도내 양돈농가 중 약 절반이 이같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은 '악취관리지역' 밖에 들어섰지만, 그동안 악취 배출 허용 기준을 상습적으로 어겨 보다 엄격히 관리해야 할 곳을 말한다.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으로 지정되면 악취관리지역처럼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받아야 하고, 악취 방지시설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악취 배출 허용 기준도 기존 15배수(희석배수)에서 10배로 강화된다. 희석배수가 10배라면 악취를 희석하는 데 필요한 공기량이 10배라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도가 법을 잘못 해석하면서 발생했다. 악취방지법에는 악취 배출 허용기준을 3차례 어길 경우 악취배출시설 신고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도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양일에 걸쳐 하루 다섯 번씩 총 10차례 악취를 측정한 뒤 이중 3차례 배출 기준을 위반한 38곳(폐업 2곳 제외)을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중 5개 양돈장이 제주도가 잘못된 기준을 적용했다며 올해 3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지정 취소를 청구했으며, 행정심판위는 3개월 간 심의 끝에 지난달 22일 양돈장들의 손을 들어줬다.
도 관계자는 "행정심판위는 법에 나온 배출허용기준 3회 이상 초과 요건이 각각 다른 날 측정한 결과를 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며 "즉 하루에 5번을 측정해 5번 모두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도 이것은 1회 위반이지, 5회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게 행정심판위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심판위에 문제를 제기한 곳은 5곳이지만 나머지 양돈장도 우리의 잘못된 법 해석으로 악취배출시설 신고대상이 됐기 때문에 이를 모두 취소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며 "앞으로 이들 양돈장을 상대로 다시 악취 배출측정에 나설 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