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제주헬스케어타운 전경.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개원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의 근거가 나왔다. 제주도가 허가 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을 녹지병원이 예측할 수 없었고, 이후 이뤄진 행정조사도 엉터리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중국 녹지그룹의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제주도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녹지제주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법에 명시된 '개설 기한'을 지키지 않은 녹지병원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다. 의료법에 따르면 '개설 허가 이후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된다. 이를 근거로 제주도는 2019년 4월 17일 녹지병원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 허가(2018년 12월 5일)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당초 제주도는 녹지병원에 대해 '내국인이 이용하더라도 건강보험 적용이 제외돼 국민건강보험체계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2018년 3월부터 이뤄진 공론조사 절차에서도 내국인이 녹지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제주도는 녹지병원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15개월이나 끌었고, 허가를 내줄 때도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지병원 입장에서는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이 달리거나 개설 허가가 15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로 제주도는 녹지병원의 행정절차 연기 요청을 거부하는 등 녹지병원에게 개원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할 기회도 전혀 부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제주도가 실시한 행정조사 역시 위법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제주도는 2019년 2월 26일 "부대조건 이행과 의료인 적정 여부 등 운영사항에 대한 현지점검을 2019년 2월 27일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녹지병원에 발송했고, 같은해 3월 5일 현지점검에서는 아예 사전통지를 진행하지 않은 채 점검에 나섰다.
재판부는 "행정조사기본법은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조사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그러나 제주도가 두 차례 실시한 현지점검에서는 적법한 사전통지 절차가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조만간 상고장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이 사안은 향후 대법원의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