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6)버섯은 꽃이다

[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6)버섯은 꽃이다
버섯은 자연에 꼭 필요한 생태계의 ‘꽃’
  • 입력 : 2021. 09.09(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간버섯 균사체는 빨간색이나 백색부후균이다.

사람·동물처럼 다른 성의 균사간 교배 통해 버섯 탄생
버섯서 발생한 자실체는 종자 번식 위한 식물 ‘꽃’ 역할
성분 분해 기능따라 백색부후균·갈색부후균·흑색부후균
낙엽·낙지 분해하는 자연의 문제 해결사 균류 연구 활발

"버섯이 뭐죠?"라고 물으면, 먹는 것, 건강한 식재료 등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해서 간단히 표현한다면 '버섯은 꽃'이라고 함축할 수 있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으나 꼭 필요한 생태계의 분해자인 버섯들의 생태를 살펴보자.

버섯의 균사체는 백색이 가장 많다.

▶버섯의 기본은 균사체다=잘 자란 버섯에서는 수억 개에서 수백억 개의 포자가 달리는데, 이 포자가 떨어져 발아하면 균사가 된다. 버섯은 사람이나 동물들처럼 서로 다른 성의 균사끼리 교배가 이루어진 후에야 자실체인 버섯을 만든다는 것이 알려졌다. 진화가 잘 돼 있다고 해서 고등균류라고 부른다.

팽나무버섯에 달리는 4개의 포자 중 2개는 남성에 해당하는 웅성포자, 2개는 여성에 해당하는 자성포자이다. 한 버섯에서 떨어져 발아한 균사끼리는 교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밀쳐낸다. 남매끼리 결혼하지 않는 건 사람과 똑같다. 다만 사람이나 동물들처럼 성별에 따른 외형적 특징은 나타나지 않는다.

팽나무버섯(팽이버섯)의 포자.

▶버섯은 꽃이다=교배가 이루어진 균사가 성장하면 균사체가 된다. 이 균사체가 성장하다가 온도와 습도가 자신의 번식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시기가 오면 자실체인 버섯을 만든다. 버섯에서 발생하는 자실체는 종자를 만들기 위해 피는 식물의 꽃에 해당한다. 식물의 씨앗에 해당하는 포자를 날린 이후에는 꽃이 지듯 빠르게 소멸해 버린다.

나무를 검게 분해시키는 콩버섯.

구름송편버섯은 죽은 나무에 피는 꽃.

▶죽은 나무의 완전 분해자 백색부후균=썩어가는 나무 밑 둥에서 구름송편버섯, 조개껍질버섯 등이 자라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 나무들은 갈라지지 않고 색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나무의 세포벽 구성 성분은 탄수화물의 일종인 셀룰로즈 50~60%, 헤미셀룰로즈 15~20%, 그리고 목재의 뼈대를 이루는 리그닌 20~30%의 비율로 존재한다. 리그닌은 분해가 어려운 대표적인 물질이다.

어떤 종류의 버섯은 셀룰로즈, 헤미셀룰로즈와 함께 리그닌까지 세 가지 성분을 모두 분해한다. 이렇게 완전 분해를 하는 버섯을 백색부후균이라 한다. 나무가 점차 가루처럼 붕괴되며, 자연계에서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생물은 버섯류가 거의 유일하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수년 전 백색부후균인 간버섯으로 염색폐수를 정화하는 연구를 통해 간버섯이 염색폐수의 정화에 큰 효과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목재부후의 고수 갈색부후균=목재 분해에 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는 백색부후균에서 진화돼 나온 갈색부후균은 진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를 상실했는데도 백색부후균보다 목재 분해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갈색부후균은 목재를 분해할 때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는 활성산소족과 분해효소를 이용해 보다 빨리 목재를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화를 거치며 유전자를 많이 잃어버렸지만, 조력자인 활성산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된 것으로 본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주로 분해하는 갈색부후균은 나무의 심재가 작게 종횡으로 갈라지면서 갈색 벽돌과 같은 모양으로 변한다. 심재의 셀루로즈와 헤미셀루로즈를 분해하지만 갈색의 색소를 가지고 있는 리그닌을 분해하지 못하고 남기기 때문에 리그닌의 색인 갈색으로 된다.

소똥·말똥에서 자라는 흰계란모자버섯.

▶말·소의 똥에서도 버섯이 자란다=초식동물의 배설물에서만 자라나는 버섯들도 있다. 이러한 버섯의 포자들은 초식동물이 먹는 식물의 잎 등에 붙어 있다가 초식동물의 뱃속에서 발아한 뒤 배설된 똥에서 버섯이 나온다. 동물의 내장을 통과해 1차 분해가 된 유기물을 이용하는 2차 분해균이다.

▶흑색부후균이라고?=한라산이나 또는 곶자왈을 다니다가 불에 그을린 듯한 나무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속에는 나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검은색 효소를 방출하는 버섯류가 살고 있다. 나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분해돼 가면서 검게 변해간다. 하지만 리그닌까지 분해하는 백색부후균에 분류된다. 겉으로 보이는 색에 연연하지 말자. 그들의 기능이 분류 포인트다.

유채밭에 군락을 이룬 비늘개암버섯아재비.

▶균류, 자연의 문제 해결사=숲 속에는 많은 양의 낙엽과 낙지가 매년 발생해 그대로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 동물과 인간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식물들도 낙엽에 싸여 더 자라기 힘들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비닐 등은 모두 환경호르몬이라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백색부후균이 분해하는 단단한 구조인 리그닌은 환경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백색부후균이 환경호르몬을 분해할 수 있을 거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연구들도 진행 중이다.

<고평열 자원생물연구센터 대표·농학박사>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76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