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갑서 다시 오지 맙서'에 실린 한항선의 삽화.
성산읍 해녀공동체 현지 조사
바다거북 요왕할망의 딸 여겨조상신앙 통해 자손 안녕 기원
지구상에 사는 300여 종의 거북들 중에서 바다에 서식하는 종들을 일컫는 바다거북. 육지거북보다 덩치가 크고 몸의 형태가 선형이며 발 모양은 넓적한 노를 닮았다.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장수거북, 매부리거북 등 4종이 관찰된다. 최근 연구 결과 제주 연안이 바다거북의 섭식지일 뿐 아니라 산란장의 조건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먼바다에서 작업하는 상군 해녀들은 지금도 물 밑에서 종종 거북을 본다고 한다.
대학에서 해양학을,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강대훈의 '곱게 갑서 다시 오지 맙서'에는 그 바다거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 성산읍 해녀공동체와 바다거북의 상징성'이란 부제를 단 책으로 2015~2016년에 성산읍에서 수행한 민족지적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던 논문을 깁고 보탰다.
표제는 표준어로 풀어쓰면 '곱게 가세요 다시 오지 마세요'란 뜻으로 해녀들이 거북을 바다로 띄워 보낼 때 읊는 기도문이다. 이는 해녀사회에서 바다거북이 조상 개념과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저자는 제주 무속본풀이 속 거북이 두 얼굴의 영물로 그려진다고 했다. 사람에게 죽음과 질병을 가져다주는 무서운 얼굴 한편에 사람을 돕고 은혜를 갚는 고마운 얼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고령 해녀들이 바다거북을 요왕할망의 막내딸로 신성시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들은 물질 작업 중에 바다거북을 만나면 재수 좋다, 반갑다고 생각한다.
해녀들의 바다거북 배송의례를 분석한 저자는 "거북의 '나쁜 죽음'을 천도·위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녀공동체의 '신성한 조상'을 기리는 자리가 될 때, 그 의례는 모든 인간사회에 내재율처럼 흐르는 희망의 일상적 실천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바다거북을 향한 "곱게 갑서 다시 오지 맙서"란 말은 조상에 대한 기도이며 자손들의 안녕에 대한 기원으로 "오래된 평화를 창조"하려는 바람이 깃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그루. 1만3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