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오징어 게임’의 익숙함과 낮설음

[김정호의 문화광장] ‘오징어 게임’의 익숙함과 낮설음
  • 입력 : 2021. 12.07(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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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코로나 시대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열었다면, 2021년, 코로나 백신 이후의 시대는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 열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 등으로 혼자 노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조차도, 코로나로 인한 사람 간의 거리두기는 다시 접촉과 관계에 대한 갈망을 불러왔고, 이제는 잊혀진 아날로그 시대의 어린이 놀이에 사람들이 주목하게 했다. 과거에 이런 놀이를 해봤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것으로 다가왔다. 거기다가 별것 아닌 것 같은 게임의 벌칙이 죽는다는 것이라니 얼마나 끔찍한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의하면, ‘오징어 게임’은 9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46일간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아기공룡 둘리가 사는 곳, ‘응답하라 1988’의 동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이 사는 곳 서울 강북의 도봉구 쌍문동에서 학교에 다니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영화의 본고장 미국의 USC에서 공부한 황동혁 감독은 2007년 ‘마이 파더’로 감독데뷔 하지만, 흥행의 실패와 때마침 닥친 미국발 경제위기로 사용하던 노트북을 내다 팔 정도로 경제적 곤란을 겪는다. 상훈처럼 서울대까지 나오고 유학도 갔다 왔으나 만화방을 기웃거리며, 기훈처럼 홀어머니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중년 남자가 돼가는 자신의 처지와 ‘배틀 로얄’ 등의 서바이벌 데스 게임류의 만화와 영화들이 결합해 ‘오징어 게임’이 탄생하게 된다.

혹자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자본주의를, 누군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연상하는 극작법을 이야기한다. 영화미술의 측면에서는, 레고 장난감과 파스텔 색조의 원색 디자인, 초반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연기자의 비명,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상대성을 바탕으로 한 4차원 계단 그림을 연상시키는 세트 디자인, 영희 인형의 오싹한 디자인 등이 주목을 받았다.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의 음악도 주목을 받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처음으로 대량 살육이 벌어질 때는 영상과는 극도로 대조되는 여성 재즈 보컬의 ‘Fly me to the moon’이 흘러나온다. 이 장면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했던 ‘굿모닝 베트남’(1987)에서 전쟁과 삶이 공존하는 베트남의 모습과 함께 흘러나오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에서 오징어 게임의 각종 어워드 수상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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