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의 편집국 25시] 풀려난 불

[송은범의 편집국 25시] 풀려난 불
  • 입력 : 2021. 12.30(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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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방문한 대전에서 제주4·3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4·3수형인 300명이 무릎을 꿇은 채 뒤통수에 총탄을 맞고 암매장된 대전 골령골 학살터와 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함병선 제2연대장이 묻힌 국립대전현충원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암매장된 수형인 300명은 함병선 연대장이 지휘한 군사재판을 통해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변을 당한 이들이다. 골령골과 현충원의 거리는 불과 20여㎞ 밖에 되지 않는다.

죽은 자는 암매장되고, 죽인 자는 현충원에 묻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4·3이 '완전한 해결'에 접어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4·3특별법 개정안이 해결의 종착지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당장 사망·행방불명과 생존 희생자 간 보상금 차등 지급과 미흡한 권한을 가진 추가 진상조사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좌제와 트라우마로 '죽는 게 더 나은 세월'을 보냈을 생존 희생자의 보상금이 차등으로 지급된다면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추가 진상조사는 골령골 사례처럼 국방부, 경찰청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야 하지만 '권한'이 미흡할 뿐더러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火)은 난로 속 불처럼 안락함을 선사하는 '갇힌 불'과 들불처럼 격하게 타올라 감정까지 격해지는 '풀려난 불'로 나눌 수 있다. 아직 제주4·3은 더 타올라야 하는 풀려난 불이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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