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얼음에 갇힌 땅, 그곳에서 보낸 1년의 기록

[책세상] 얼음에 갇힌 땅, 그곳에서 보낸 1년의 기록
김용수의 '남극일기', 번역서 '남극대륙' 나란히
  • 입력 : 2021. 12.3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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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건넨 사유 너머에
탐험과 쟁탈의 역사 흘러


그는 2013년 우연한 기회에 대한민국 쇄빙선 아라온호 선의(船醫)로 승선해 3개월간 겨울 남극바다를 항해한 뒤 남극에 빠져들었다. 남극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던 2015년 11월 그는 제3차 대한민국 남극 장보고 과학 기지 월동연구대 의료대원으로 선발된다. 이를 계기로 남극에서 1년 동안 머물렀다.

현재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 환자를 돌보고 있는 김용수 외과전문의가 남극에서 보낸 1년을 '남극일기'로 묶었다. 얼음과 눈의 세상에서 마주한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저자는 남극의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운 그곳의 생명에 반해 도착한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썼다. 평균 영하 34도의 극한 환경 속에 철마다 오가는 극야와 백야를 겪는 동안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 춤추는 오로라, 장엄한 태양, 무한히 뻗은 설원은 그에게 벅찬 감동과 깊은 사유를 안겼다. 아인슈타인, 헤르만 헤세, 아우렐리우스, 반 고흐, 베토벤 교향곡 9번 등 시대의 지성과 예술을 넘나들었던 그날들은 온전히 존재를 일깨운 시간이었다. 미다스북스. 2만3000원.

남극에 매료된 그는 데이비드 데이의 '남극대륙'도 우리말로 옮겼다. 남극에서 극야 기간에 번역한 것을 한국으로 돌아와 출간한 것으로 '미지의 얼음대륙에 대한 탐험과 쟁탈의 역사 1775~2012'란 부제가 달렸다.

'남극대륙'에는 1911년 남극점을 향한 숨 가쁜 경주를 벌였던 로버트 스콧과 로알 아문센, 1914년 어니스트 새글턴의 남극종단 제국 탐험대 등 남극에 끌렸던 수많은 역동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극대륙을 자기네 민족서사에 통합시키고 얼어붙은 황무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애쓰는 각국의 사연도 들었다. 현재 남극조약에 가입한 국가는 53개국이고 40개국에서 남극대륙에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2개 이상의 상주 기지를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 10개국에 불과하다. 미다스북스. 4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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