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환경훼손' 한라산 오름정상 레이더공사 재개 허용

제주도 '환경훼손' 한라산 오름정상 레이더공사 재개 허용
지난달 28일 국토부에 공사 허용 취지 공문 보내
부지 변경 요청 철회…"건축허가 취소 근거 없어"
환경단체 "잘못 시인해 놓고선 다시 결정 뒤집어"
  • 입력 : 2022. 03.02(수) 17:33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남부지역 항공로레이더 신축공사 현장. 한라일보DB

한라산국립공원 내 오름 정상에서 추진되다 환경 훼손과 위법 허가 논란으로 중단된 국토교통부의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에 대해 제주도가 공사 재개를 허용하기로 했다. 공사가 그대로 진행되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며 부지 변경을 요청했던 제주도가 이런 방침을 자진 철회하고 공사를 허용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28일 국토부에 '남부 항공로 레이더 사업의 건축 허가 과정이 적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공문의 취지에 대해 "공사 재개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항공기를 감시하는 시설로, 건설 예정지는 서귀포시 색달동 한라산 1100고지 인근에 있는 삼형제큰오름 정상이다.

국토부는 2020년 12월 문화재청, 지난해 4월 제주도로부터 건축 행위 허가를 각각 받아 그해 10월부터 본 공사를 시작했지만, 환경훼손 우려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본보 보도 직후 하루 만에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환경단체와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제주도가 뒤늦게 공사 중단을 요청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형제큰오름은 절대보전지역이자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관련법에는 절대보전지역 중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이후 제주도는 그해 11월 국토부에 "사업이 그대로 추진되면 환경 보전 측면을 감안할 때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며 부지 변경을 요청했다. 또 이 사업의 건축 허가를 뒤늦게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그해 12월 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제주도가 스스로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부지를 변경할 수 있다며 공사 강행 의지를 드러내자 제주도는 두달 간의 검토 끝에 부지 변경 요청을 철회하고 원래 자리에서 공사를 재개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으면 이미 내려진 적법한 허가에 대해서도 나중에 취소할 수 있지만 이 사업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며 "사회적 갈등은 중대한 공익상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레이더 건축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자문 변호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만간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최종적으로 공사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내왔기 때문에 눈이 녹으면 바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주도가 부지 변경을 요청한 것은 건축 허가 과정에서의 잘못을 뒤늦게 나마 바로 잡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결정을 뒤집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공사 재개를 대비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4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