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오름 레이더 논란.. 제주 보전조례 스스로 무력화

한라산 오름 레이더 논란.. 제주 보전조례 스스로 무력화
앞으로도 문화재청 허가만 받으면 건설 가능
道 "조례 무력화 지적 인정 보완 방안 강구"
  • 입력 : 2022. 03.02(수) 17:37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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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지난해 10월 15일 불법 건축 허가 논란에 휩싸인 국토교통부의 제주남부 항공 레이더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인근 삼형제큰오름을 찾아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모습. 한라일보 자료사진

제주도가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서 추진되는 국토교통부의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사업을 허용하면서 제주도 스스로 만든 규정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사 중단에서부터 공사 재개까지 그간의 과정과 남아 있는 쟁점을 짚었다.

▶절대보전지역서 어떻게 건축 허가가 가능했나=절대보전지역은 제주에만 있는 제도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기생화산처럼 자연 경관이 뛰어나거나,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절대 보전'해야 하는 절대보전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건축, 토지 형질 변경 등 개발이 엄격히 금지된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예정지인 삼형제큰오름은 제주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이자, 문화재법상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이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개발이 불가능 할 것 같지만 제주도는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건축 행위를 허가했다.

제주특별법은 절대보전지역이라도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보전 조례)에 적시된 행위에 대해선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게 예외를 두고 있다. 단 이마저도 '자연자원 원형을 훼손하지 말아야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남부항공로 레이더는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계획됐기 때문에 오름 정상부를 5m 깊이까지 파내야 하지만 제주도는 주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고 건축을 허용했다. 제주특별법에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맹점이 있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 공사로 삼형제큰오름 정상이 파헤쳐져 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레이더 건설 불가 규정 있어도=최대 쟁점은 건축 허가의 위법 여부다. 예외 규정을 둔 보전 조례의 제6조 5호에는 절대보전지역 내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10월 공사 중단을 요청한 이유도 이런 위법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건축 허가만큼은 적법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그 이유로 이미 문화재청의 허가가 이뤄진 점을 들었다. 보전 조례 제6조 6호는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를 활용하는 행위에 대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국토부가 제주도에 건축 행위 허가를 신청할 당시엔 이미 문화재청의 허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 때부턴 레이더 건설 불가 규정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법조계 의견은 갈렸다. 고문변호사 사이에서는 4대 1로 적법·위법 의견이 나뉘었지만 제주도는 적법 의견이 우세하고, 로펌 자문에서도 적법 의견이 나왔다는 이유로 건축 허가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강주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법 내 조문을 해석하는데 논란이 있을때 원용하는 법리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에 우선 순위를 둔다는 것"이라며 "보전 조례에 명확하게 레이더 설치 불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위법한 건축 허가"라고 주장했었다.

결국 위법 논란을 말끔히 해소하는 방법은 누군가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 말고는 없는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향후 유사 사례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논리대로라면 절대보전지역과 문화재로 지정된 다른 오름에서 또다시 국가기관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레이더 건설을 추진할 경우 제주도로선 부적절하다고 판단돼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애써 절대보전지역 오름 내 레이더 건설 불가 규정을 만들어놓고도 무력화 할 빌미를 제주도가 제공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장급 한 고위 공직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사 사례 발생시 조례가 무력화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우리도 인정하고 있다"며 "보완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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