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의 목요담론] 제주올레의 진화, 그 끝은 어디인가?

[오경수의 목요담론] 제주올레의 진화, 그 끝은 어디인가?
  • 입력 : 2022. 03.03(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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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걷기 열풍을 일으킨 제주올레가 올해로 15주년이 됐다. 그동안 1000만 명이 올레길을 걸었다. 지난해 올레길 26코스 모두를 걸은 뒤, 제주올레는 아주 잘 짜여진 '전략경영'이라는 경영학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제주올레는 고유성과 순혈주의를 넘어서 '개방'을 표방하고 있다.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것은 '관용'과 '개방'이다. 로마가 주변국가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며 천년을 이어간 원동력이 그것이었던 것처럼 제주올레에도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다. 당초 제주의 해안을 따라 조성된 올레길은 도시의 속살까지 볼 수 있도록 '하영올레길'로 확장시켰고,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 둘레길과 손잡고 걷기 여행 붐을 일으켜 왔다.

둘째, 제주올레는 'We Walk(우리는 걷는다)'를 새로운 미션으로 설정했다. 기존 캐치프레이즈인 '놀멍 쉬멍 걸으멍'에 '나누멍 꿈꾸멍'을 더했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은 물론 사회공헌으로서의 인류애 실현을 엿볼 수 있는 비전이자, 개인의 치유를 넘어서 공동선을 위해 '우리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셋째 제주올레는 '협력과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이고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강한 믿음으로 국제사회와 협업을 하고 있다. 일본올레(규슈올레, 미야기올레), 몽골올레를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 '자매의 길'과 '우정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UN의 협의단체로 인정받아 NGO로서 특별협의적 지위를 얻었을 뿐 아니라, 스페인 산티아고와의 협력(공동완주증)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결실은 '장작을 패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8시간 주어진다면, 나는 그중 6시간을 도끼날을 날카롭게 세우는데 쓰겠다'고 링컨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민간차원에서의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제사회와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이룩한 귀중한 성과인 것이다.

제주올레는 새로운 전략경영을 이끌어가기 위해 최근 운영체계와 조직을 개편했다. 설립 초기 에는 '나를 바라보고 노를 저라'는 조정경기의 리더십이 적합했지만, 지금은 계곡의 거센 물결에서 '각자 역할 분담한 것에 충실하라'는 래프팅 리더십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점에서, 기업들이 자기완결형의 사업부제로 조직을 나누고 책임경영을 하는 것과 같은 경영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제주올레를 만들고 우리나라 최고의 '쉼'의 대명사로 자리잡기까지 이끌어온 서명숙 이사장이 겸직하고 있던 대표이사 자리에 안은주 대표를 선임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대외활동에 주력하면서 제주올레의 글로벌 위상과 확장에 힘쓰고, 안은주 대표이사는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이런 과감한 제주올레의 변화와 혁신은 우리 사회와 끊임없이 호흡하면서 정진해 나가는 기틀이 되길 기대한다. <오경수 제주올레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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