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10여 년이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거점시설의 활용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이 시설 공급에 초점을 두고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운영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지역 또한 예외는 아니다.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된 제주시 모관 지구 등 3개 사업 지구와 추진 중인 7개 사업 지구 내 조성되거나 조성 중인 거점시설이 35개소에 이른다.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조성되는 만큼 거점시설의 기능 재정립과 사후관리에 대한 지역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와 거점시설 활용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거점시설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사업단, 만덕양조는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역사문화를 팔아 마을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마을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500만원, 1000만원을 출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만덕7' 막걸리를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사업의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마을 상품으로서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둘째, 거점공간 운영 주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적 배려는 지속돼야 한다. 현재 거점시설 공사 지연으로 건입동 도시재생사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거점공간의 부재로 인해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사업 추진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럼에도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범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후속사업과 연계사업 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셋째, 실효적인 도시재생 사후관리조례 마련이 필요하다. 2021년 전국 최초로 제주도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 조례가 제정됐다. 이 조례에는 사업 종료 후 마중물 사업비의 4% 범위 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있다. 다만 임의규정의 한계로 사업이 종료된 몇몇 마을의 경우 큰 폭의 예산 삭감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과 고민하고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후속사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사후관리조례를 제정한 이유는 사업 종료와 함께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던가.
돌이켜보면 도시재생 거점시설의 설계, 계획 수립, 집행 단계에서 사후 관리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사업 종료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도시재생사업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주민의 주체적 참여와 창의적 관여가 가능하도록 지역사회가 숙고해야 할 때다. <김명범 행정학 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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