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다 죽여도 무방"… 박진경 결국 감옥行

"제주도민 다 죽여도 무방"… 박진경 결국 감옥行
도내 4·3단체 등 10일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 제목 철창 '설치'
  • 입력 : 2022. 03.11(금) 12:36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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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갇힌 박진경 추도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감옥'이 설치됐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에 따르면 도내 4·3, 시민사회, 노동 등 16개 단체는 지난 10일 제주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들 단체는 "박진경은 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소위 출신에다 미군정의 지시로 제주4·3 학살을 집행했던 자"라며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추모비를 철창에 가둔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역사의 죄인을 추모하는 것은 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형물 설치를 통해 박진경을 단죄하고 불의로 굴절된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철창이 설치되기 전 박진경 추도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제9연대장으로 제주에 부임한 뒤부터 무차차별 학살을 감행했으며, "제주도민 30만을 모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는 등 제주4·3 학살의 주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부임 한 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하지만 지난 1952년 11월 제주도 내 기관장 등이 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를 세웠고 이후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자리로 이설됐다.

이에 대해 4·3 단체를 비롯해 제주도의회에서도 박진경 추도비 철거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제주시 충혼묘지에 설치돼 있었던 박진경 추도비는 최근 제주국립호국원이 개원하면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이전됐다.

한편 이번 조형물 설치에는 제주민예총,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동자역사한내제주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제주통일청년회, 제주4·3연구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여민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문화예술공동체,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도내 16개 단체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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