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김누리 교육부장관 추천서

[홍정호의 문화광장] 김누리 교육부장관 추천서
  • 입력 : 2022. 03.15(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오늘도 아이들이 통행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자동차들을 피해 차도 위로 매일같이 학교에 등교한다.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의 등하굣길이 매일같이 반복돼 일어나고 있다. 나의 주중 오후 시간은 외도에서 아내가 운영하는 음악학원 차량을 운전한다. 아이들의 통행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동네에서 아이들을 학교에서 학원으로,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다. 2만여 명이 모여 사는 외도동. 외도초등학교 후문을 나서는 아이들이 집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매일의 모험이다. 위험 아래 놓인 일상적인 일, 당연하다는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정확히는 학교로 다가갈수록 통행권이 보장된 인도가 없다. 아이들도 그런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그 길을 오늘도 오가고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정말 큰 불행이라는 인식조차 못하고 살아온 나를 발견한다. 열등감이 나의 길을 넘어 다다르고자 하는 하나의 동기라 여기며 살아왔다. 늘 나의 능력을 증명하려 발버둥 치며 성과를 통해 나를 증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스펙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나이 50세가 넘어서도 가치관의 변화가 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런 변화의 바람은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의 말을 들음으로 시작됐다. 나의 불행이 나의 탓이 아니라는 김누리 교수의 말을 듣고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우월감과 열등의 능력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정당한 저항의 의지를 박탈 당해 순한 양처럼 길러진, 불의에 분노하기보다 나의 일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눈 감아버린, 이웃과 교감하는 능력보다 교활함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여기며 살아온 시간에 대한 위로의 말이었다. 존엄한 인간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 말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표선고등학교 IB스쿨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이제야 진정 마음으로 다가온다. “더 나은 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교육의 힘을 믿습니다” 라고 외치는 임영구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이 마음에 박힌다. 우리가 꿈꾸던 보편적 삶은 어떤 삶인가? 꿈이 사라져 체념하는듯한 이 끔찍한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의 행복권을 논할 수 있는 시대이길 바란다. 야만의 능력주의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될 수 있는 시대이길 바란다.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혁신의 시대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원하며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를 교육부장관에 추천한다. <홍정호 한국관악협회 제주지회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37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