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UN은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1992년 물의 날을 제정해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한다. 2022년의 주제는 ‘지하수: 보이지 않는 물을 보이게’이다.
화산섬 제주의 주요 수자원은 지하수이다. 그리고 그 지하수가 일정한 틈을 통해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물을 '용천수'라고 한다. 용천수는 지하수를 이용하기 전까지 제주의 대표적인 물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이 용천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가정과 마을의 의례에서도 긴요하게 이용했다.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 중 하나로, 세계 문화유산의 보존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비정부기구이다. 2011년 ICOMOS는 '물의 문화유산'을 테마로 선정했으며, 첫 번째 '물 관리'에 대한 테마 연구 지역은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였다. 2018년 두 번째 '물의 문화유산'에 관한 테마 연구는 열대와 아열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이뤄졌다. 이 연구에서 한국은 '제주도의 물과 유산(용천수 보전과 이용의 진화적 과정)'이 최종 게재돼 2022년 2월 말에 발간됐다.
ICOMOS가 제주 용천수의 보전과 이용에 관해 호평하고 주목한 데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제주 용천수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길게 분포하고 있으며, 포구와 주택 등이 어우러져 문화경관이 뛰어나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용천수에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효율적인 물 이용과 관리체계를 뒀다. 용천수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생활자산과 동시에, 사회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변천하는 살아있는 유산인 것이다. 이러한 제주 용천수의 특징은 유산으로서의 완전성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또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물유산으로 보전·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 특히 조천리의 주민협의체의 구성과 활동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이번 ICOMOS 물 문화유산의 테마 선정은 제주 용천수가 기본적으로 오늘날까지 보전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용천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제주의 소중한 물 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제주 용천수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보전·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오늘날 제주 용천수는 급격한 개발과 도시화로 훼손되고 소멸되는 일이 허다하다. 용천수의 관리 방식 또한 용천수를 이용하는 마을 내부자의 관점이 가장 중요하지만, 외부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훼손과 다름없다.
제주 용천수는 시공간을 초월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물 문화유산이다. 현재의 제주 용천수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해 소중한 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연구기관을 비롯해 전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