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의 목요담론] 지방에 사는 즐거움과 먹고사니즘의 어려움

[주현정의 목요담론] 지방에 사는 즐거움과 먹고사니즘의 어려움
  • 입력 : 2022. 03.31(목)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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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은 중력이 강해 주위에 있는 에너지와 빛까지 모두 빨아들이는 시공간 영역이다. 블랙홀은 우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50% 이상이 사는 서울과 수도권, 이곳이 블랙홀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왜 서울에 사는가? 출퇴근 지옥철, 2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높은 집값, 대기오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하지만 좋은 학교, 일자리 등이 많다. 제주는 30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하고 양질의 공교육과 아이들 키우기 좋은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이 있다.

제주에 살면, 지방에 살면 즐겁다. 단, 먹고 살기가 어렵다.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 고용불안정, 일자리 미스매치가 높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에서는 교육에도 능력주의 패러다임이 만연해 실력 있는 학생은 수도권으로 썰물처럼 이동하고 경제적·지역적 불평등 결과 지방대 소외가 생겼다고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차이가 나는데, 2007년~2018년 전국 4년제 220개 대학에 지원되는 교육재정지원사업 49조원 중 약 18%가 서울대, 연·고대에 지원됐다고 한다. 서울대의 1인당 평균 교육비 역시 전체 평균 1인당 교육비에 비해 3.4배 높다. 일자리 역시 수도권 쏠림이 강한데 2019년 5월 잡코리아의 지역별 채용공고 중 약 80%가 수도권 소재지였다고 한다. 저자는 지역의 좋은 일자리 창출, 교육재정의 중앙집권화 지양, 교육재정 확충, 대학통합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메가시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수업, 원격근무, 워케이션(workation, 일과 휴가의 합성어)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는 러스틱라이프(시골의 매력을 즐기면서 도시 생활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골향(向)라이프스타일), 셀프유배, 사도삼촌(四都三村, 주4일 도시 주3회 시골 거주) 등이 트렌드라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국은 지방의 주립대 또는 산업지역을 중심으로 사회·문화·경제가 형성된다. 지방 도시도 조금만 차를 타고 가면 백화점, 식당 등이 있고 인프라가 충분해 대도시 거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하버드 역시 대도시가 아닌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에 있는 작은 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지방분권이 강화돼 높은 자치권을 보유하게 된다면, 각 지자체는 소규모 나라처럼 자생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별 장점을 활용해 차별화·거점화하며 서울과 어깨를 겨뤄야 한다. 지방마다 특화된 대학교가 있고 의료, 교육, 문화, 일자리, 인프라가 있어 서울에 살지 않아도 지역에서 경제활동과 문화생활 등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이들을 위한 유인책, 오래 살고 싶은 정주 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제주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까도 중요하지만, 제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중 중요한 것이 교육과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주현정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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