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범의 현장시선] 중대재해처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장태범의 현장시선] 중대재해처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 입력 : 2022. 04.01(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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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이다. 이 법은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 안전투자를 확대해 중대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것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목적을 제대로 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법 자체가 예방보다는 처벌에 초점을 뒀다 보니 여론 역시 기업 및 대표의 처벌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산업계가 우려했던 부작용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일단 법 자체가 의무 범위와 책임 대상이 모호해 수사관이나 재판관의 자의적 해석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어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은 법정공방을 포함, 책임소지나 처벌대상 등을 두고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비용 등에 대한 부담만 가중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대다수의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안전관리자를 구하지 못해 곤란에 처해있고 어렵게 안전·보건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꾸려도 인건비나 각종 안전·보건장비 관련 비용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두 달간 전국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사례들에서 보듯 법안이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생해야 할 발주자·원도급사·하도급사 간 안전관리 책임소재를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주자, 설계자 등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가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등록말소를 내리는 새로운 원·투스트라이크아웃 제도까지 도입하겠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건설안전특별법, 원·투스트라이크아웃제도는 기계적으로 징벌적 처벌을 강화하는 데만 혈안이 돼 주객이 전도돼 버렸다. 애초에 왜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고, 사고가 났을 때 각 주체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따져보는 법은 없다.

안전사고의 원인은 수없이 많다. 건설사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고 현장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도 현실적으로 100% 사고 발생을 막기는 어렵다. 설계오류나 불량자재, 근로자 과실이나 발주자의 잘못된 지시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짧은 공사 기간과 턱없이 부족한 공사비, 지나친 지체상금도 문제다. 이 모든 것이 무조건 '저렴하고 빠르게'식의 돌관공사만 추구하는 관행 때문이다. 관행을 없애고 안전과 품질보장을 위한 적정공사비 확보 관련 법에는 무관심하고 소극적이면서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징벌적 법은 조속히 통과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경영책임자의 부담 증가로 건설공사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결국 경영위축으로 이어져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장태범 대한건설협회제주특별자치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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