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액터 스트레인지

[영화觀] 액터 스트레인지
  • 입력 : 2022. 04.08(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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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이스 웨인: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이하 루이스 웨인)는 의인화된 고양이를 그려 유명해진 천재 화가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병든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수많은 고양이 그림을 그린 남자 루이스 웨인은 전기가 찌릿하게 통하는 순간을 만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분야에 열정을 불살랐던 사람이다. 영화에는 놀라울 정도의 그림 실력 말고는 삶에도, 사랑에도 서툴었던 그가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난 뒤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사랑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사랑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한 남자의 여정이 화폭을 연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 안에 담겨 있다. 대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와 외모의 결점에 대한 컴플렉스 그리고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는 정신질환까지 루이스 웨인의 생은 그의 그림이나 영화의 영상처럼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천재적인 재능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그의 평생에 선물처럼 따라다닌 대신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고양이는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외롭고 슬픈, 실존했던 천재의 삶은 일견 전형적인 캐릭터로도 느껴지지만 배우로서 표현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순수한 예술가의 영혼과 로맨스에 진심인 남자의 순정 그리고 고통에 시달리는 피폐한 고독자의 심정 모두를 기어코 관객에게 설득시킨 배우가 루이스 웨인을 연기한 것은 이 영화의 첫 번째 행운이자 마지막 한 획이었을 것이다.

루이스 웨인을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최근 6개월 사이 세 편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팬데믹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블럭버스터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컴버배치의 이름을 올린 서부극 '파워 오브 도그' 그리고 앞서 언급한 '루이스 웨인'이 그 작품들이다. 마블 유니버스의 유니크한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거칠고 외로운 목장주 필, 그리고 비운의 천재 화가 루이스 웨인까지 닮은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 비슷한 시기에 그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엇비슷한 누구도 떠오르지 않는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위의 세 작품에서 동일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인기를 모은 드라마 '셜록'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각인된 그는 동세대 어떤 배우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푸른 눈동자, 우뚝 솟아 강인해 보이는 코, 장난기를 머금은 얇고 섬세한 입술과 길고 입체적인 얼굴형 등 그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강한 개성의 외모를 지녔다.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지만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그의 진가는 비단 매력적인 외모에서만 기인하지 않는다. 히어로인 동시에 안티-히어로 그리고 비운의 천재를 넘나드는 컴버배치는 캐릭터의 가장 멀리서부터 시작해 끝내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심장부에 안착하는 배우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세계를 유영하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특별한 재능을 지닌 그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누군가를 기어코 관객의 눈앞으로 데려다 놓는 훌륭한 가이드인 동시에 자신의 선택한 인물에게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배우다. 사연 많은 마법사의 소동극이 마냥 웃겨 보이지 않고 거칠고 독한 남자의 빈 구석에 눈길이 가게 만드는 컴버배치의 연기는 섬세하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과 닮아있다. 그는 인물에 달려들지 않고 인물의 뒤를 천천히 쫓고 서두르지 않지만 포기하지도 않는다. 사실 처음 그를 영화에서 만났을 때 보자마자 반했다, 바로 좋아졌다 라는 감정이 들지는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는 낯선 존재를 연기하는 낯선 목소리와 낯선 얼굴이었고 나는 조금 물러서서 그를 바라본 것 같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데뷔 이후 긴 시간 수많은 캐릭터들과 함께 천천히 다가온 그는 이제 크레딧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됐다. 안녕, 낯선 사람에서 조금씩 더 가까이, 이제는 곁을 완전히 내어주게 만든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제 나는 그에게서 물러서는 법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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