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점이 이곳 호브드 아이막에는 17개 이상의 국적과 민족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몽골은 다민족 국가다. 전국적으로 할하족 81.5%, 카자흐족 4.3%, 도르보드족 2.8%, 바야드 2.1%, 부리야드 1.7% 다리강가족 1.4%, 자흐친족 1.3%, 우리앙하이족 1.1% 정도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곳 호브드의 민족구성은 이와 딴판이다. 몽골 전국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할하족은 이곳에서는 27.4%에 그치고 있다. 대신 전국적으로는 소수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자흐친족은 24.9%에 달한다. 카자흐족도 여기에서는 11.5%로 많이 살고 있다. 도르보드족도 8.0%로 비교적 많은 수가 살고, 전국적으로는 미미한 올로츠족도 이곳에는 7.5%나 된다. 전국적으로는 1.1%에 불과한 우리앙하이족도 7.5%에 달하며, 도르보드족 역시 6.0%나 된다. 그 외로도 전국적으로는 역시 소수민족인 미양가드족이 4.9%, 투반족 0.8%, 바야드 0.3% 순이다.
일상적 기능 유전자는 잘 변하지 않는다. 크리에호프의 일상.
이들은 각각 고유한 전통 주택과 정착형식, 의복과 다른 문화적 차이, 문학, 예술, 음악적 전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언어와 종교도 각양각색이어서 중앙아시아 민족의 집합체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처럼 다양한 민족구성을 보이는 것은 이 일대가 중앙아시아에 치우쳐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건이 일어났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위해 스스로 모여든 경우도 있지만, 전쟁포로로 끌려와 본의 아니게 이곳에서 살게 된 사례도 많다.
이곳엔 2만~3만 명 정도가 거의 경제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기 때문에 늘 서로 만나고 교류를 할 수 밖에 없다. 학교도 같은 학교 다니고 시장도 같은 곳을 이용한다. 당연히 언어가 뒤섞이게 마련이고 새로운 단어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있던 말도 소멸하고 지금까지 없던 말이 새로이 떠오르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엔 하나의 언어로 통일하게 될지 모르지만 호브드시에서는 큰 범주내에서 몽골어로 수렴할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있는 이 과정은 결국 유전적 부동상태와 흡사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술적, 유전적 개념조차도 언어 진화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들은 많은 종류의 유전자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많은 종 분화 사건을 겪으면서도 많이 진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우스키핑 유전자(Housekeeping genes)라는 별명을 가진 유전자가 있다. 세포가 기능하고 살아 있도록 유지하는 기본 작업에만 관여하는 유전자를 말한다. 그들은 매우 중요하고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는 매우 느리게 진화하고 먼 친척 사이에서도 유사하다. 언어에도 하우스키핑 유전자에 해당하는 기능을 갖는 말이 있다. 숫자와 대명사 나, 너, 그, 우리와 같이 항상 사용되는 '일꾼(Workhorse)'이란 단어는 매우 느리게 진화한다. 늘 쓰기 때문이다.
영어 세븐(Seven)과 독일어 시에벤(sieben)이라는 단어는 정말 유사하다. 두 언어에서 다른 말들은 많이 달라졌는데, 이 단어들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새의 날개 골격은 지금은 멸종한 익룡의 날개와 상동이다.
세븐과 시에벤이라는 단어는 언어학자들이 같은 어족(동족)이라고 부르는 것과 진화생물학자들이 상동이라고 부르는 것의 예다. 이들은 공통 조상으로 구획할 수 있는 단어다. 사람의 팔뼈와 고래 지느러미 뼈는 같다. 인간과 고래는 공통 조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같은 기본 뼈대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세븐과 시에벤이라는 단어는 기원전 300년경에 진화하기 시작한 공통 조상 언어인 서게르만어의 한 단어에서 파생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인간과 고래의 조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증거를 조합하는 것처럼 언어학자들은 세븐과 시에벤의 원시 게르만 조상을 세분(sebun)과 같은 것으로 재구성했다.
생물학적 진화에서 상동 구조는 계통 발생을 재구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동족어라는 것은 언어상으로 상동성을 갖는 것을 말하는데 언어 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사용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부족인 렘바족은 이웃 부족들과 달리 수천 마일 떨어진 유대교와 같은 남성의 할례와 식이 제한 습속을 갖는다. 진화론적 관점을 취하면 렘바 전통과 유대 전통 사이의 유사점이 동종인지 유사한지, 즉 전통이 약간의 수정을 가하여 일부 역사적 집단의 동일한 관습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니면 개별적으로 발생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몇 가지 증거는 이러한 전통이 상동임을 시사하고 있다.
렘바족은 중동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주했다고 하는 구전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유태인 가계와 일치한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확실하게 유전학자들은 많은 렘바 남성이 그들은 유태인 집단의 전형적인 Y 염색체에 유전적 서열을 갖고 있다(Spurdle and Jenkins 1996). 일부 렘바족은 유대인 인구에 민족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중동을 떠날 때 천천히 변화하는 문화적 전통을 그들과 함께 가져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렘바 문화 전통의 유대인 가계는 생물학적, 문화적, 언어적 진화에 대한 마지막 요점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다른 방식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이러한 다른 형태의 진화가 추적하는 경로는 동일한 그룹 내에서도 동일할 필요가 없다. 렘바 유전자와 문화적 전통에 대한 진화론적 분석은 유대인 인구의 조상 뿌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반면에 렘바 언어는 히브리어보다 반투(Bantu) 언어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언어적으로 렘바족은 문화 및 유전적 역사의 경로가 다른 대륙으로 이어지는 동안에도 확고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는 알타이어, 인도유럽어, 아이누어 등 다양한 언어와 '상동' 관계인 말들이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