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품은 가장 자랑스런 문화자산의 하나로 제주돌문화공원을 들 수 있다. 돌문화공원이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자산인 이유는 제주의 생태와 자연 그리고 문화가 이곳에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돌문화공원 안에는 돌박물관과 오백장군갤러리 그리고 개관을 앞두고 있는 설문대할망전시관 등 문화기반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130만평에 이르는 대지의 70%가 곶자왈 지대라는 점은 돌문화공원이 제주의 생성과 문화의 뿌리이자 생태, 환경, 생명을 담아내는 자연유산임을 전해준다. 과거의 생활쓰레기 매립장을 이용해 조성한 돌박물관은 제주의 문화정책에 좋은 선례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돌문화공원을 바라보는 도민과 전문가들의 시선이 매섭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이 그 진원이다. 장축이 500m에 달하는 이 전시관은 2012년부터 9년간 900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 제주의 민속, 역사, 신화를 아우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개관을 앞두고 중요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고 전시패널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이 난무하다. 언론의 질타에 책임을 느낀 제주도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행정 사무감사와 현장 점검을 통해 전시콘텐츠의 빈약, 학예인력 부족으로 인한 운영의 문제점 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공원 관리사무소는 전문가집단 평가를 통해 개관을 뒤로 미루고 설문대할망전시관 전시기획·공간 활용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라 한다. 하지만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개관준비팀도 꾸리지 않는 추진방식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공원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추진기획단장이 2020년 12월에 계약 종료되면서 '민관합동 추진기획단'이 해체되었다. 이후 개관 준비는 공원 관리사무소가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외부 업체에 용역에 의존해 시각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영상물이나 전시 패널들로 채워질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도내에 설립된 국립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항일기념관, 해녀박물관, 43 평화공원에서 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망라된 종합백화점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현재의 상황은 지난 20년의 대사업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중요한 시점이다. 예견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은 새로울 것 없다. 결자해지의 원리에 따라 추진기획단장을 재추대해 개관준비팀을 운영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에 만전을 기하는 일이다. 생태공원으로서 돌문화공원에 대한 도민과 공무원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자연과 원형을 유지하는 보존사업이지 수익을 위한 개발사업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공원의 곳곳을 여백의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 미래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제주 돌문화공원을 세계적 문화예술의 명소로 세우기 위해 도민과 공무원들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김영호 중앙대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