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을 연 제주문학관에서 '향토작가'로 알려진 오성찬선생님을 추모하여 ‘사월의 기억, 사월의 말’이라는 주제로 올해 9월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고인은 1940년 서귀포에서 태어나 2012년에 작고하셨다. 소설은 '한라산', '세한도', '아아, 삼별초' 등 30여 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선생님은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적인 것에 관심과 열정이 남달랐다.
1985년부터 2002년까지 곽지리, 함덕리 등 17개 마을을 조사해 문고판 크기인 마을시리즈를 발간하는데, 제주도 민족지학과 제주학의 선구자로 불릴 만큼 꼼꼼하게 구술채록과 마을현장에서 각 분야의 동료들과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마을지의 압권은 당연 마을안길인 올레를 포함한 마을지도로 동네 지명, 마을길 지명, 밭 지명, 바다 지명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제대로 된 마을지지를 만든 것이다.
또한 제주의 아픔인 4·3에 대한 기억들을 만나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조사하면서 마을 어르신들과의 녹음자료도 풍부해 4·3을 포함한 생활사 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1호 연구원으로 박물관 개관 시 자료수집과 전시에 열정을 바치기도 하였다. 대학교 다닐 때 조사를 다니거나 연구회에서 간혹 멀리서 본적이 있다. 크지 않은 키에 카메라를 메고 긴머리 휘날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좁은 공간이지만 전시구성이 알차다. 1층 한쪽에 유리창을 이용한 마을지도, 선생님의 소품, 일생과 연혁, 사진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2층에는 제주문학에 대한 역사도 따로 볼 수 있고, 쉼터로도 이용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주의 마을시리즈① '섬의 머리마을 - 도두동' 서문에는 "급변하는 시대의 해일은 아마 이대로 두면 백년이 못가 그 자취들을 이 지상에서 쓸어버릴 것이다. 특히 지명과 바다 이름들에 신경을 쓰고, 옛날 땅거죽 모습을 추적해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적혀있다. 전시회를 통해 잊혀지고, 사라지는 마을유산, 제주유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고재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