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불사 강조한 도교사상 유행
영주산이 무슨 뜻일까. 간혹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내용의 핵심은 한라산은 예로부터 삼신산의 하나로 신령한 산이라는 것이다. 삼신산이란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이며, 각각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라 했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삼신산이 무슨 뜻이며, 영주산은 무슨 뜻일까이다. '신선사상과 삼신산'이라는 논문에는 비교적 잘 설명해 있다.
영생불사를 꿈꾼 진시황.
영주산이란 이름은 신선사상과 관련이 있다. 신선사상이란 속세를 떠나 선계에 살며 젊음을 유지한 채 장생불사할 수 있다고 여기는 도교 사상을 말한다. 이러한 신선사상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그 개념이나 내용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주로 제왕이나 제후처럼 현세적인 권력과 쾌락의 영속을 바라는 계층에서 불로장생을 희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상고시대 민족 형성 혹은 국가 창건 단계에서 천계와의 관련을 중요시하여 전개된 것으로 보인다.
신선사상이 유행하면서 한무제는 궁에다 높은 누대를 세워 방사들로 하여금 신선의 강림을 기축하게 하였다. 그리고 진시황과 한무제는 다 봉선이라는 대규모의 제사를 지내 신선이 되기를 기원했다. 한 잔만 마셔도 기갈이 없어진다고 하는 신선 술 이야기나 하늘에서 내리는 맛이 단 이슬 감로를 마시면 하고 싶은 일이 다 이루어진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지금도 탱화 같은 데서 이런 장면이 묘사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불교가 들어온 후에도 이런 사상이 융화 잔존 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주산, 전설상의 산 이름
신선은 복용하면 장생불사하는 영약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삼신산의 전설이 있다. 삼신산은 산동 연안에 연결된 발해 가운데 있는 봉래·방장·영주(瀛洲)라는 3개의 산으로 된 바다 섬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영주의 영(瀛)이라는 한자는 정말 복잡하고 쓰기도 어려운 글자다. '바다 영' 혹은 '전설상의 산 이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삼신산은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이고 불로초나 불사약이 있다고 해 진시황은 처음에는 방사 서불(徐 또는 徐福)을 시켰다가 다시 방사 노생(盧生)을 시켜 각각 다수의 수종인원을 거느리고 가서 불로초를 구해 오게 했다. 한무제도 역시 방사를 시켜 바다에 들어가 봉래산을 찾아 불로초를 구해 오게 했다. 방사란 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도교에서 불교의 승이나 무교의 무당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시종들이 불로초를 들고 있는 약천사의 탱화.
그렇다면 이 삼신산은 구체적으로 어디인가? 과연 발해의 바다 가운데 있는 섬인가? 삼신산은 산동반도의 북부 연안에 자주 나타나는 신기루와 관계가 있다고도 하나 신기루란 하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삼신산은 바다 가운데 있는 것으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신기루와 전혀 관계가 없는 협서성이나 양자강 유역에도 유사한 설이 있었으므로 삼신산과 신기루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또, 혹은 BC 4세기 말에서 BC 3세기 초의 화북성 각지의 산악신앙을 고취하던 방사들이 지방의 산에 결부시켜서 각지에서 발설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적어도 선진(先秦) 시대에는 곤륜산의 서왕모설은 등장하지 않았고 신선이 있는 산이라고 분명히 일컬어진 산은 삼신산밖에 없었던 것이므로 이러한 설도 타당하다고 볼 수가 없다.
신선사상 엿보이는 단군신화
중국에서 초기 신선신앙은 주로 발해에 있는 신산을 찾아서 거기에 있는 선인(僊人)을 만나 그에게서 불사약을 구함으로써 장생불사를 하고자 하는데 특징이 있었다. 선인이란 이런 사상 초기에 신선이란 말 대신 사용한 것이다.
‘사기’ 권6, 진시황 본기 제6에는 '제나라 사람 서불 등이 글을 올려서 말했다. 먼바다에 삼신산이 있으니 그 이름은 봉래, 방장, 영주인데 선인이 살고 있습니다. 삼가 동남녀와 더불어 이를 구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했다.
‘사기’권 28에 나오는 내용이다. '제(齊)의 위왕, 연(燕)의 소왕 때부터 사람을 시켜서 바다에 들어가서 봉래, 방장, 영주를 찾게 했다. 이 삼신산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발해 속에 있는데 인간을 떠나기 그리 멀지 아니하다. 일찍이 거기까지 간 사람도 있는데, 여러 선인 및 불사약이 모두 거기에 있으며 거기에 있는 만물과 금수는 모두 붉(白)이다. 황금과 금은으로 궁궐을 지어 놓고 있다'.
이 내용의 핵심은 삼신산은 봉래, 방장, 영주라 불리는 삼신산이 있다는 것이고, 이 삼신산이 하나의 산인지 3개의 산인지는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 3개의 산으로 풀이하고 있기는 하다. 또 하나의 핵심은 발해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삼신산이 발해에 있다고 한 것일까. 중국에선 예로부터 태산을 위시해서 화산, 현산, 환산, 고산 등의 5악의 명산이 있고 또 유명한 곤륜산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삼신산이 '발해에 있으며 인간을 떠나기 그리 멀지 아니하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삼신산이 발해에 있다는 말은 그것이 조선에 있다는 말이 된다고도 볼 수가 있다. 중국에서는 반도인 조선을 섬으로 오인한 나머지 조선을 '해중'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했으며, 안정복의 ‘동사강목’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말해주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에워싸여 있어서 그 모양이 섬과 같다. 그러니 해중이라 함은 바로 한반도 즉 조선을 의미함은 명백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를 보더라도 옛날부터 신선사상과 인연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라의 풍류도는 곧 신선도로서 이후 전통문화와 신앙사상의 기조를 이루어 왔다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