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동홍천의 산지물 얘기는 언제 들어도 정겹고 흥미롭다. 동홍동 옛 주민센터 서쪽 150m지점 동홍교(東烘橋) 밑에 산지물과 도심속 하천 물놀이장 '산지물쉼터'가 있다. 5월 장마 때 천둥치고 난 후 이곳에서 구멍이 터진다는 곳이 바로 산지물이다. 산딧물, 산지물, 산지천 등으로 불린다. 이곳은 여름철 물놀이 명소가 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서귀포시 동홍천 산지물. 사진=강경민 사진작가.
서귀포시 동홍천 산지물. 사진=강경민 사진작가.
■ 과거 동홍마을 식수이자 쉼터..제주시 '산지천'의 큰딸로 불려
산지물은 서귀포시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동홍동 마을 설립의 단초가 된 용천수의 이름이다. 산지물은 동홍마을의 귀한 식수였다. 하천 벼랑 측벽에서 산물이 솟아나 하천으로 유입되는 동홍동의 명소다. 낮에는 어린아이들이 이곳에서 물장난을 치면서 놀고 동네 노인들은 장기를 두면서 더위를 잊었다. 저녁이면 일터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이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내는 곳이기도 했던 산지물이다.
아마도 서귀포시민이 아니라면 산지물하면 제주시 도심 산지천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지명과 유래이다. 제주시 원도심에 복개하천이 복원된 산지천과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인연도 깊다.
동홍지(東烘誌)와 안내 표지석, 전해오는 얘기를 옮기면 산지물은 5월 장마 때 천둥이 치고 난 후에 이곳에는 물구멍이 터지는데 이 물을 산지물이라 한다. 또한 이 물은 제주시 산지천의 큰딸이라 불렸으며 겨울철에는 큰딸이 친정에 가기 때문에 여름철에만 물이 솟아 난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주변 환경의 변화로 용출량이 줄어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샘터로 기억되고 있다.
산지물 하류에 있는 물놀이장. 사진=강경민 사진작가.
산지물 하류에 있는 물놀이장. 사진=강경민 사진작가.
산지물은 상류에 있는 '가시머리물'을 끌어들여 하천 주변에 시설된 산지물 물놀이장에 양질의 용천수를 공급하고 있다. 동홍동 주민자치위원회는 2007년부터 이곳을 사계절 물이 흐르는 하천 쉼터로 조성했고, 2013년엔 서귀포시가 성인용 수영장, 유아용 수영장, 휴식공간을 갖춘 수영장을 지었다. 가시머리에서 흘러 내려오는 18℃의 시원한 용천수로 채워지는 물놀이장은 무더위를 날려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 산지물 상류엔 ‘가시머리물’ 위치..인근엔 지장샘 곳곳 수자원 풍부
산지물로 이어지는 가시머리물은 물 좋기로 명성이 높은 동홍천의 원류와 같다. 산지물에서 북쪽으로 400m 정도 떨어진 곳인 언덕비탈 가시머리동산에 자리잡고 있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암반 틈에서 솟아난다. 수원 주변은 시멘트 수로가 연결돼 있고 주변은 과수원이다. 수원에서 농업용수를 끌어다쓰기도 한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가시머리물 지척에 지장샘이 있다. 동홍동에 가시머리물이 있다면 지장샘은 서홍동의 자랑이다. 지장샘은 서홍8경 중 하나다. 가시머리물과 지장샘이 만나는 주변엔 미나리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미나리 재배는 물이 좋아야 가능하다.
서홍동 주공아파트 뒤쪽에 위치해 있는 지장샘은 1987년 한국자연보호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명수 10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용천수다. 명칭 유래도 흥미롭다. 송나라 고종달이 물혈을 끊으려 탐라로 왔으나, 농부의 지혜로 물혈을 지켜냈다는 배경에서 지혜로움을 감추고 있는 샘이란 뜻에서 지장(智藏)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장샘에는 물이 솟아나는 지점을 보호하기 위해 원형의 기둥 4개를 세우고 위에는 기와지붕을 덮었다. 용천수 입구에는 '지장천(智藏泉)'이라는 표석과 함께 지장샘과 관련된 전설을 기록한 판석이 세워져 있다.
정방천에는 하영올래코스가 단장돼 트레커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방폭포 물길과 동홍천 이음길로 명명된 이색구간이기도 하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