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95)유방암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95)유방암
젊어도 방심 ‘금물’… 여성암 발생률 2위 유방암
  • 입력 : 2022. 08.18(목) 00:0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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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만져지거나 유두서 액체 분비되면 의심해야
BRCA 유전자 보유자는 최대 87% 확률로 걸려
한 번의 검사로 약제 선택·질병 예후 예측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 제주에 도입 예정

유방암은 여성에게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와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매년 진단되는 유방암 환자수는 1996년 3801명에서 2014년에는 1만8831명으로 크게 늘었다.

유방암은 1999년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징적으로 한국의 유방암 환자는 서양 국가에 비해 연령대가 낮다. 2015년 기준 국내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의 비율은 약 10~13%로, 서구에 비해 젊은 환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 비율이 서구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데에는 인종적인 차이, 생활문화적인 차이, 환경적인 요인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40대 이하의 유방암 환자의 경우 한창 사회 생활을 영위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 선택이 중요하다. 발생률이 높고 비교적 젊은 환자들에서도 발생하는 유방암에 대해 박지은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도움을 얻어 알아본다.

유방암의 전조증상은 없으며 가슴을 만졌을 때 만져지는 혹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그 외에도 유두에서 혈성 또는 맑은 액체 분비물이 나오기도 하며, 피부 또는 유두가 함몰되거나 유두 피부가 습진처럼 장기간 지속적으로 진물이 나올 경우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흔하진 않지만 '염증성 유방암'은 혹이 만져지지 않고, 피부가 붉게 염증처럼 보이는 특수한 유방암도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 절차

유방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방통은 유방암보다는 생리적 현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시간에 따라 90%는 자연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유방암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으며, 크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인 BRCA1, BRCA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어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각각 70%, 40% 정도에서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하게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들이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환경적인 요인의 경우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먼저 여성들이 체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들이 늘어났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초경이 더 빨라지며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기간이 늘어났으며, 사회생활로 인해 결혼을 늦게 하고, 첫 아이를 늦게 출산하거나 아예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갱년기 증상 때문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장기간 받는 것도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게 돼 비만인구가 증가하고 복부 지방이 쌓이게 되는데, 이는 체내 인슐린 농도를 증가시키고 에스트로겐 생성도 증가시켜 유방암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기검진이 확대되면서 암 진단이 늘어난 것도 발생률 증가의 한 요소다.

다른 암과 같이 유방암 또한 조기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40세 이상의 여성에게 2년 주기로 유방촬영술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월 1회 자가검진과 연 1회 병원에서의 유방검진을 권유하고 있다. 유방검사는 유방 촬영술과 유방 초음파를 주 진단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만져지지 않는 작은 종양도 발견 가능하다. 검사를 통해 발견된 종양은 검사 방법에 따라 조직검사를 시행하는데 유방 초음파에서 발견되는 종양은 유방 초음파를 보면서 바늘로 조직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유방초음파에서 관찰되지 않고 유방 촬영술에만 관찰되는 미세석회화 같은 경우는 두가지 방법을 통해 조직을 확보한다. 첫 번째로는 입체저위 생검법으로 유방 촬영과 컴퓨터로 위치를 확인해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유방암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에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유방암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을 피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할 수는 있다. 대표적으로 운동과 식습관 개선이 있다. 먼저 지속적인 운동은 에스트로겐 생성을 감소시켜 에스트로겐 효과를 억제하고,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며, 인슐린 수치를 떨어뜨린다.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일주일에 3~4일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은데,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술은 최대한 피하도록 한다. 알코올은 섭취하는 양에 비례하는 패턴으로 유방암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방의 섭취 패턴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에스트로겐 신호의 강도를 높이는 동물성 지방이나 오메가-6 지방을 피하고 대신 오메가-3지방을 섭취한다. 오메가-3 지방이 들어있는 가장 대표적인 식품은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잡히는 등푸른 생선(연어, 고등어, 청어, 꽁치, 대구)이 있다.

또한 우리 몸의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억제하는 콩과 아미씨 같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과도한 당 섭취는 줄이도록 한다. 당 흡수가 증가할수록 당을 산화시키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는데, 인슐린과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상호작용은 더욱 강한 에스트로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밥, 으깬 감자, 빵, 과자류, 시리얼 등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은 피하도록 하고, 콩, 고섬유질 저당분의 시리얼을 섭취해야 한다.

아울러 유방암과 유전자검사에 대한 내용도 다뤄본다. 유방암과 난소암의 경우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병인성 유전자 변이(pathogenic variant)에 의해 발생한다. 이 중 BRCA1·2 유전자는 해외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이슈화된 바 있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던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검사에서 BRCA1 유전자의 병인성 변이를 확인한 후에 예방적 치료법으로 유방·난소 절제술을 받으면서 유전성 암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BRCA1·2 유전자의 병인성 변이를 보유한 여성이 일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약 56~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약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여성이 일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7% 이하,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약 2%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BRCA 1·2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과 난소암 외에도 췌장암, 전립선압, 대장암 등 다양한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검사가 진단검사 분야에 도입되기 전에는 생어 염기서열분석법(Sanger sequencing)으로 개별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이 방법은 현재도 염기서열분석법의 표준방법이지만,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길이가 제한적이고, 여러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인력, 검사비용이 소모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대학교병원에서는 NGS 정밀진단을 도입해 임상 현장에 활발히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대한유방암학회에서 발표한 유전성 유방암 검사 권유 대상의 적용 확대로 검사 시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BRCA1·2 유전자 검사의 대상군은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 환자, 가족력이 없지만 환자 본인이 40세 이전에 진단된 경우, 남성 유방암 환자 등이다. 유전자 변이 검사는 채혈을 통해 시행되고 보건복지부는 NGS 유전자 검사기관으로 승인한 병·의원에 한해 검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검사비를 적용하고 있다. 이중 환자의 본인부담률 50%로 적용된다.

이 외에도 최근 환자가 수술 후 재발 위험이 있는지, 항암치료가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예측 기술이 개발됐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의 유방암 예후·예측 검사법이다. 유방암 재발 위험도를 평가해 저위험군으로 판정되면 수술 시행 후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생략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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