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신중년 유랑민들 다음엔 어디로 가나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신중년 유랑민들 다음엔 어디로 가나
  • 입력 : 2022. 08.24(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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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고용부가 마련한 신중년 일자리 정책에 참여한 이들의 일상은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알바 수준의 급여마저도 올해 계약 기간이 절반도 안 남은 상태라 내년의 일자리를 염두에 두고 눈치껏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왕년에 제아무리 날고 기던 '라떼'세대들로 세상을 휘저었어도 육체적으로 노쇠해가는 나이라 가뜩이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점인데 새로이 인생 3모작을 해보려니 흡사 사회 초년생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은 엄청난 무리수다. 결국 안정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정책 산하에서 되도록 편한 일을 실업 급여를 타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제일 좋은 방책이라 여기고 열심히 관청 홈페이지 모집공고를 기웃거린다.

네이버에 의하면 신중년인 5060세대는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⅓이라고 한다. 즉 30% 이상의 생산 가능 인력이 공회전으로 그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갈수록 점점 더 불어나는 신중년의 실업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먼저 고용 창출이라는 업적 측면에만 급급한 일시적 땜질 차원이 아니다. 반드시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서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실행해야 하는 중차대하고도 심각한 숙제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마치 은행 채무의 연체된 이자처럼 무섭게 불어나 뒷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애초 신중년들의 능력에 비해 지극히 보편적이면서 대중적이고, 경제적인 것만을 고려해 사업기획안을 마련, 급하게 시장 진출을 꾀하려다 보니 도리어 주변 시장의 인식이 '저렴하게 쓰는 고급 인력'으로 보기보다는 '남아도는 인력'으로만 비치는 바람에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중년이 가지기 쉬운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이미 달라진 디지털 세상인데도 아날로그적인 오랜 경험에만 의지해 미뤄 생각하는 습성과 생활 태도로 인해 벌어진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다 결국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기도 한다.

신중년 사업의 결과가 목적과 다르게 나타난다면 분명 좋은 사업이라 말할 수 없다. 신중년의 지속 가능한 새로운 가치 제고를 위해 기존의 전문성에 창의력을 배양하는 운영의 묘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신중년의 개별적 전문성을 함부로 폄훼해서 분류하지 않고 그저 대충 운영하는 데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고 본다.

모든 소중한 인적자원들은 개별적 또는 협업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사회적 생산 라인의 구조 속에 재생산 인력으로 암암리에 녹아나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오로지 고용률만을 위한 상부 운영진의 단순 인기 전략 때문에 새로운 가치 개발은 고사하고 노숙자에게 급식 배분하듯 적당히 '급여 배분'하다 버려지는 신중년의 실태를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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