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7)제주 로컬푸드 현주소 ①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7)제주 로컬푸드 현주소 ①
농가도 소비자에게도 좋은 로컬푸드… 기반은 취약
  • 입력 : 2022. 08.25(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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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1년 12월 전국 159개 시군의 로컬푸드(Local food·지역농산물) 활성화 노력을 평가한 로컬푸드지수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제주는 D등급으로, 시범측정 첫해인 2020년(C등급)보다 되레 후퇴했다. 데이터 미제출 지역이 E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는 최저 등급이다.

|정부의 활성화 노력·성과 평가 결과서 최저 등급 받아

안덕농협은 도내 지역농협 중에서 가장 빠른 2015년부터 하나로마트 안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9년 개발된 로컬푸드지수는 각 지역의 로컬푸드 활성화 노력과 성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다품목 생산체계 지원에서부터 ▷지역가공품 판매 비중 ▷학교급식 로컬푸드 공급 비중 ▷인구 대비 로컬푸드 직매장 수와 매출액 등 17개 지표를 정성·정량 평가한다. 정부가 각 지자체에 로컬푸드 활성화 노력을 촉구하는 것은 지역단위로 지속가능한 통합먹거리계획 수립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에서 지역농산물이 많이 소비되고 지역 먹거리에 대한 주민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다.

언제, 어디서, 누가 생산한 농산물인지 확인 가능해 '얼굴있는 먹거리'로 통하는 로컬푸드는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매인-소매인의 일반적인 유통경로와는 달리 농가-소비자가 직거래하니 농가수취가격이 높아지고, 소비자는 신선하고 안전·저렴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 푸드마일리지(먹거리가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 최소화로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사회적 가치도 추구한다. 특히 판로 확보가 어려운 소농·고령농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게 바로 로컬푸드다.

2021년 기준 도내 농가 3만1549가구 중 0.5㏊ 미만 경지를 가진 농가는 1만2155가구, 0.5~1㏊ 미만은 9692농가로 69.2%가 1㏊ 미만이다. 경영주 연령은 60세 이상이 62.1%(1만9586명)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소농 중심 구조다.

안덕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가가 판매할 농산물을 진열하고 있다.

특히 채소류는 소품목 대량생산이 뚜렷하다. 2020~2021년산 기준 재배면적이 600㏊가 넘는 6가지 노지채소(월동무·양배추·당근·마늘·양파·브로콜리) 비중은 1만1784㏊로 전체 노지채소 면적(1만4105㏊)의 83.5%를 차지한다. 해마다 특정품목이 과잉생산되고,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시장격리에 투입되는 원인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도매시장으로 대부분의 채소류가 집중되는 구조에서 대농과 중소농의 판매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농은 산지조직화해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중소농은 도민·관광객을 주소비층으로 삼아 공공급식과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선 과잉생산 품목을 줄이는 대신 도외 유입량이 많은 품목에 대한 중소농의 생산기반을 촉진하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가공품도 개발해야 로컬푸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4개 지역농협이 하나로마트 안에, 1곳은 독립매장 운영

로컬푸드 직매장은 출하를 희망하는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직매장으로 운반해 소포장하고, 가격을 정해 생산자 이름, 생산지, 출하일자가 표기된 라벨을 붙인 후 매장에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채소류와 과일류는 신선도를 위해 품목마다 1~3일 사이에서 판매일수가 정해져 농가는 팔리지 않은 제품은 자진회수하는 재고 관리를 한다. 잔류농약 등 안전성 검사는 기본이고, 중간 유통단계가 줄어드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선해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조천농협이 독립매장으로 운영중인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도내 지역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실태는 어떨까? 안덕, 조천, 중문, 제주시, 성산일출봉 농협 등 5곳이 직매장을 운영중이다. 독립매장인 조천농협을 제외한 4곳은 하나로마트 매장 안에서 숍인숍(shop in shop·매장안의 매장)으로 운영 중인데 아직 도내 대다수 농업인과 소비자에게는 로컬푸드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정도다. 농협과 행정에서 관심과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안덕농협은 도내에서 가장 빠른 2015년 로컬푸드 직매장을 선보였는데, 하나로마트를 증축하면서 로컬푸드에도 관심을 돌려 705㎡ 규모로 운영중이다. 판매 품목은 감귤류와 채소류를 중심으로 일부 가공품도 선보인다. 매장 고객의 70% 정도가 관광객인데, 감귤은 재구매율도 높다. 매출은 매년 10% 이상 성장해 지난해 로컬푸드출하회에 가입한 99명의 농가가 7억7000만원, 올해 7월까지는 5억4000만원을 올렸다.

안덕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만난 오정자(70)씨는 "전에는 작물을 소량으로 재배해 팔 데가 없으니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정도였는데 로컬푸드가 생기면서 재배량을 좀 더 늘려 건고사리, 깻잎, 콩, 참깨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148㎡ 규모로, 도내 유일한 독립매장이다. 2021년 출하실적이 있는 72농가의 매출은 2억200만원으로, 적게는 100만 안팎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딸기, 애플수박을 출하하는 양성철(50)씨는 "로컬푸드 매장에선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즉시 나온다. 적정 가격은 물론 맛좋은 제품 출하에 신경쓴다"며 "로컬푸드 직매장에 대해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농가들도 이제는 좀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농협이 하나로마트 노형점 안에서 운영 중인 로컬푸드 직매장. 문미숙기자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로컬푸드의 가능성을 엿본 조천농협은 1232㎡ 규모의 로컬푸드 직매장 확장 이전을 추진중이다. 김진문 조천농협조합장은 "2년 반동안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한 결과 소농·고령농·귀농귀촌인들이 소량 생산하는 농작물을 팔아 소득을 얻고, 저렴하고 안전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이어 "연중 로컬푸드 직매장에 다양한 품목을 소량씩 출하할 농가 육성이 필요하다"며 "출하농가에 600~1000㎡ 정도의 소규모 채소류 하우스 설치비를 행정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품목 연중 소량생산 기반 구축에 행정·농협 의지 절실

제주시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하나로마트 노형점 내에 28㎡ 규모로 운영중이다. 35농가가 참여해 많게는 30개 이상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이 처음 10억원을 막 넘겼다. 감귤은 판매품목에서 제외했는데도 좁은 매장 대비 높은 매출은 로컬푸드의 가격 경쟁력과 함께 하나로마트가 도심 주거밀집지에 위치해 방문객이 꾸준해 자연스럽게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층이 생겨난 결과다.

도내 지역농협의 로컬푸드 매장 이용료는 농산물 매출액의 10~15%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8종류의 식량작물·엽근채류·과채류의 유통비용률은 47.5%(직접비 16.0%, 간접비 18.2%, 이윤 13.3%)다. 나머지 52.5%가 농가수취율이다. 소비자 구입비용이 1000원이라면 유통비용이 475원, 농가수취가격은 525원이라는 얘기다. 감귤의 유통비용률은 57.3%, 월동무는 69.7%다.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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