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7)천지연 폭포수는 어디서 왔나(상)

[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7)천지연 폭포수는 어디서 왔나(상)
하논 분화구, 솜반내 용천수 사시사철 천지연으로 유입
  • 입력 : 2022. 09.05(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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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비경 품은 천지연 하구
원류는 상류의 풍부한 수자원
'물의 도시' 서귀포의 보배


미항인 서귀포항과 새섬을 잇는 새연교. 새섬과 문섬, 섶섬, 범섬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줄지어 있는 곳. 천지연 하구의 광경이다. 혹자들은 이탈리아 남부에 나폴리가 있다면 동방의 대한민국엔 서귀포가 있다고 비유하곤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취재차 나폴리를 찾았던 기억을 되살려 비교해도 천지연 하구는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다. 바로 연외천이다.

연외천 하류. 걸매생태공원과 천지연, 서귀포항으로 이어면서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경관을 보여준다.

연외천은 서귀포 시내를 서쪽으로 끼고 돌아 천지연폭포를 거쳐 서귀포항으로 이어진다. 동쪽에 이웃한 정방폭포의 동홍천 줄기와 더불어 서귀포 도심의 중심 하천이다. 서귀포 원도심을 물의 도시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연외천과 동홍천 하구 때문일 것이다.

연외천 하구 천지연 폭포수는 어디서 왔을까. 2001년 5월 한라일보 대하기획 하천과 계곡 탐사차 이곳을 처음 답사한 이래 여러 차례 이곳을 찾았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김완병 박사 등의 주도로 2016년 하천탐사보고서 '연외천의 원류를 찾아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연외천은 '효돈천 인근 쌀오름(미악) 북서쪽 해발 600m 지점에서 발원해 제2산록도로를 가로질러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 천지연폭포를 지나 서귀항에 이른다'.

연외천은 크게 다섯 갈래로 발원해 남류하다 '솜반내(솜반천, 선반내)'에서 하나로 합쳐져 천지연과 서귀포항으로 이어진다. 그 다섯갈래는 원제천(호근동), 호근천(호근동), 서홍천(서홍동), 생수천(서홍동), 연외천(서홍동, 서귀동)으로 하천을 끼고 있는 마을에 따라 고유지명이 달리 불린다. 본류는 연외천인 것이다. 본류 연외천과 호근동에서 내려오는 호근천이 합류하는 지점이 서귀포시민들에게 더위를 달래주는 솜반내이다.

물의 도시 서귀포 중심 하천 연외천의 주요 수자원이자 핵심 키워드는 위로부터 솜반내, 걸매생태공원, 하논분화구, 천지연폭포, 서귀항을 꼽을 수 있다.

서귀포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그 품에 70리의 꿈을 껴안고 있다. 지난날 옹기종기 초가가 들어섰던 자리, 돌빌레왓의 자리에 아담하게 가꾸어진 전원도시. 세계적 관광도시 서귀시의 색깔을 더욱 빛나게 하는 곳이 천지연이고 그 하류에 살포시 자리잡은 항구가 바로 서귀포항이다.

하논분화구 전경

서귀포를 수전포(水戰浦)라고도 했는데, 항구가 매우 넓어 절벽을 의지하면 수백 척의 배를 감춰둘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연외천의 하구는 바로 서귀포항이다. 서귀포항 맞은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무인섬이 새섬(조도)이다. 섬을 잇는 새연교가 가설돼 명소가 됐다. 길이 169m, 최장 높이 45m, 폭 4~7m의 새연교는 2009년 9월 완공됐으며, 제주의 전통 고기잡이 배인 테우를 형상화했다. 연외천 하구 유람선 선착장은 고래공장터였다. 이곳에서 서쪽 해안 절벽지대가 바로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이다. 천지연 하구와 패류화석지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대표명소로 지정돼 있다.

서귀포의 자랑인 천지연 주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만 모두 세 곳이다. 난대림지대, 담팔수 자생지, 무태장어 서식지다. 이곳을 조사한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무태장어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중 물이 마르지 않고 수량이 풍부한 천지연 계곡에는 바다로 흐르는 물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었던 수력발전소가 있었다. 제주도 최초의 발전소로서 200㎾급 수력발전설비 1기가 1943년 11월에 준공돼 1972년 7월까지 약 29년간 가동됐다.

풍부한 수량을 유지하고 있는 하논분화구 용천수. 강경민작가

1970년 3월 1만㎾급 제주화력발전소의 준공으로 인해 제주 지역의 전력사정이 개선되고, 천지연폭포의 경관보존을 위해 1972년 7월 21일 발전을 중단한 뒤 1974년 1월 철거됐다. 일제 강점기에 전력 공급을 목적으로 건립된 것으로 서귀포와 남제주군 일대에 전력을 생산해 공급했던 유서깊은 유적이다.

천지연 상류에는 '하논'이라는 비경이 감춰져 있다. 천지연폭포 북서쪽에 위치한다. 논이 많다는 데서 유래했을 정도로 수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동서 방향 1.8㎞, 남북 방향 1.3㎞의 우리나라 유일의 마르(Maar·분화구 바닥이 지표면보다 낮은 화산체)형 분화구로 '오름의 왕국' 제주도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분화구로 알려져 있다. 분화구는 5만년 가량 퇴적물이 켜켜이 쌓여 보존된 곳으로, 수만년 전의 고(古)환경의 비밀이 숨어 있어 타임캡슐로 불린다.

하논은 서귀포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 중 하나다. 이 곳의 분화구 원형을 생태복원해 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권고사항이며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됐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분화구 주변에는 동언새미, 섯언새미, 몰망수 등 용천수가 많다. 안내판에 따르면 몰망수는 분화구 동쪽 지경 바닥에 위치한 용천수로, 샘의 면적은 260㎡ 규모이며, 용출량은 하루 최대 5000t에 이를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다.

이 용천수는 화구구에 격자모양으로 난 인공수로를 따라 논으로 유입돼 약 2만6000평의 경작지에 주요 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논으로 흘러간 물은 하논 분화구에서 가장 낮은 남쪽 화구벽의 수로를 통해 분화구 외부로 나가 천지연폭포로 이어진다. 수량이 풍부한 분화구 안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다음은 호근동에 거주하는 한 원로의 구술 증언 내용. "하논에는 여러 곳에서 물이 나는데, 열 군데 이상 될 거예요. 논 밖에서 흐르는 물도 있고, 논 가운데서 나는 물도 있어요. 그러니 바둑판 모양으로 논골을 만들어서 물이 필요한 곳으로 물을 보낼 수 있었어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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