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전기톱으로 자르고 옮긴다. 강한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조치하고 다음 현장으로 이동한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가, 태풍 구경에 나선 철없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통제에 나선다. 이어 배수구가 막혀 침수된 도로에서 신속히 맨홀을 제거해 물을 빼낸다.
항구로 피항한 어선들의 홋줄이 뒤엉켜 자칫하면 선박이 전복될 수 있는 상황,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안전조치에 나선다.
지난 6일 더없이 강력했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제주지역은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지며 악몽 같은 밤을 보냈다.
"강하다", "정말 강력하다", "역대급 태풍이다." 계속해서 이어진 언론 보도에 모두가 긴장한 덕분일까.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돼 준비했지만 그보다 강력한 것이 자연재난의 진짜 모습인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헌신적인 태풍 대응 활동을 펼친 소방관과 경찰관, 해양경찰관, 의용소방대, 공무원, 그리고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모두에게 감사한 태풍의 밤이었지만 언제까지 사람에 기댈 수는 없다.
이번 태풍 기간 경남 창원에 세워진 기립식 방조벽이 눈에 띄었다. 평소 산책로로 이용되다 월파 예방을 위해 높이 2m, 너비 10m의 벽 20개는 30분 만에 든든히 세워졌다. 재난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엿보인 사례가 아닐까. <김도영 행정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