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당신의 의미
  • 입력 : 2022. 09.30(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영화 '당신의 의미'.

나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만큼 자연스럽지만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우리는 번번이 그 사랑에서 실패하기에 자주 아프고 계속 열망한다. 생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과 만나고 싶다는 소망과 만나야겠다는 의지 사이에서 포기하고 도전하는 삶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이다. 하지만 정상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사랑은 때때로 여러가지 조건들의 합의로 뭉뚱그려져 지곤 한다. 외모와 경제력, 성격과 가정 환경 등의 조건이 여전히 결혼의 조건들인 시대에서 성소수자들의 삶과 사랑은 또 다른 언덕을 올라야 내다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3년 전 개봉했던 부지영 감독 연출 배우 신민아, 공효진 주연의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 했다. 자매의 로드무비인 동시에 애틋한 가족영화인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놀라운 반전이 있는 작품으로 회자된 바 있다.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스크린으로 마주한 이 작품은 용기와 기도로 만들어진 퀴어 영화 였음을 알 수 있었다. 배우 신민아와 공효진이 자매로 출연하는 이 작품은 두 배우의 걸출한 연기 또한 인상적인 작품인데 동그랗게 모난 신민아와 무딘 듯 뾰족한 공효진의 시너지는 조화롭고 강렬하다. 그에 더해 이들 곁의 어른을 연기한 배우 김상현의 음성과 몸짓은 13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무수한 오해와 복잡한 이해를 거쳐 과거와 지금을 이어주는 화해로 달려가는 이들의 여정은 결국 어떤 이가 선택한 진심 앞에 당도하는 과정이자 그 진심을 마주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 여정과 과정 그리고 선언에 이르는 영화의 주요한 선택들은 퀴어 영화로서 작품이 전하는 간곡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13년이 지난 지금 영화의 반전을 알고 관람한 나는 그것이 반전이 아닌 어떤 반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헸다.

몇 년 사이 국내에도 많은 퀴어 컨텐츠들이 개봉을 통해, 방영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서 퀴어 컨텐츠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은 남달라서 <캐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등의 히트작들이 탄생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퀴어 컨텐츠는 2030층에 머무르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릍테면 내 자식의 커밍아웃 혹은 새로운 세대의 출현 등으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그 세대의 벽을 일찌기 허물었던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성소수자는 말 그대로 다수에 비해 수적으로 소수인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특정한 세대나 시기가 아닌 곳에서 이들의 사랑과 삶을 내다본 작품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이것 또한 어떤 허들을 넘게 되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개봉한 이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은 일명 '바지씨'라고 불렸던 70대 퀴어들의 삶을 따라간 작품이다. 혐오의 깃발이 나부끼는 현재, 자신의 정체성을 호명할 이름조차 얻지 못했던 45년생 이묵 씨의 인생을 담담히 반추하는 이 작품은 혐오와 차별, 존재와 사랑에 대해 폭넓게 질문하는 작품이다. 무엇이 불온한지 어떤 것이 당연한지에 대한 길고 단순한 사유를 남기는 이 작품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와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작품이기도 하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7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