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야생 여우를 만나 치유해가는 상처

[책세상] 야생 여우를 만나 치유해가는 상처
캐서린 레이븐의 '여우와 나'
  • 입력 : 2022. 10.21(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미국의 생물학자 캐서린 레이븐은 책 '여우와 나'(북하우스 펴냄)에서 여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저자는 "부모가 자신을 원하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고, 레인저(국립공원 관리인)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동물에 관한 글이 쓰고 싶어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인간관계를 맺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할수록 자연은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어느 날 로키 산맥 자락에 황폐한 땅을 발견하고, 홀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기로 한다.

그 곳에서 매일 같은 시각 오두막을 찾는 여우를 만나고, 그에게 '어린 왕자'를 읽어주며 유년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여우를 만나 다른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해 나아가는 저자. 그렇게 여우는 저자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간다.

출판사는 "치밀한 관찰력 문학적 비유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기적 같은 마주침에 대한 시적인 묘사는 자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히며 강렬한 데뷔작이 되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라지기 위해 황무지를 찾은 저자가 마주한 것은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수월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며 "이들을 길들이려는 저자의 모든 시도는 그녀의 유머처럼 조금씩 엇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을 가르는 깊고 넓은 협곡의 틈새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거침없고 다정한 야생 그 자체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된다"고 평했다.

책은 PEN 에드워드 윌슨상,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메달 등 다수의 출판상을 받았다. 노승영 옮김. 1만9800원.

오은지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36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