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몸집 큰 유기견 입양 어쩌나"… 제주와 비슷한 고민

[기획] "몸집 큰 유기견 입양 어쩌나"… 제주와 비슷한 고민
[우리, 여기 있어요] (9)경기도 사례
  • 입력 : 2022. 10.31(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경기도는 2019년 이후부터 유기동물이 줄어들고 있지만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최근 들어 '믹스견'으로 불리는 비품종견 비율이 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유기견 입양이 쉽지 않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유기견 열에 아홉 이상이 비품종견인 제주가 안은 문제와 비슷하다.

|유기동물 수 줄고 안락사율도 감소세

경기도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유실동물 포함) 수는 2019년 2만8209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0년 2만7187마리, 2021년 2만4064마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지속해 온 동물등록 홍보와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 등이 일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경기도는 분석하고 있다.

유기동물의 안락사율도 줄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2021 유실·유기동물 분석' 자료를 보면 같은 해 경기지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2만3820마리)의 약 32%(7533마리)가 입양되고 나머지는 반환(14.3%), 기증(4.1%), 보호(8.2%), 방사(0.9%), 자연사(20.5%)됐다. 안락사 비율은 20.4%(4858마리)였다. 한 해 전인 2020년 안락사율은 이보다 높은 23.9%였다.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내부. 김지은기자



경기도, 2020년부터 유기동물 발생 감소세
입양센터 운영 등으로 유기견 입양 활성화
유기견 보호공간 늘리고 마당개 중성화 지속

앞서 소개했던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경기도도 '2차 보호소'를 두고 유기견 입양 문화를 만들고 있다. 경기지역 31개 시·군이 직영 또는 위탁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와는 별개의 직영 입양센터다. 그 시작은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다.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시·군의 보호센터에서 공고 기간이 지난 유기견을 기증 받아 새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입소한 유기견은 기본 예절교육 등을 받으며 새 가정에 적응할 준비를 거치는데, 동물매개활동견 자질이 있는 유기견은 심화 훈련을 받고 동물매개활동가에게 입양되기도 한다.

지난 2020년부턴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는 도민들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편히 오갈 수 있도록 수원시 도심에 입양 공간을 만들었다. 도우미견 나눔센터가 도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입양센터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두 센터는 공간이 분리돼 있지만 서로 연계돼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도우미견 나눔센터에 45마리, 반려동물 입양센터에 10마리의 유기견이 보호 중이었는데, 한 곳에서 입양이 안 되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 입양자를 기다리게 된다. 정선향 경기도 동물보호과 도우미견나눔팀장은 "(도심에 있는) 반려동물 입양센터의 입양률이 올라가면서 도우미견 나눔센터에서도 더 많은 유기견을 선발해 보호할 수 있다"면서 "센터 두 곳에서 평균 95%의 입양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자체 차원의 '동물보호복지플랫폼'도 두고 있다. 이 플랫폼은 크게 동물보호와 입양, 시설정보와 참여소통 등으로 나눠 관련 정보를 한 데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가 이 같은 플랫폼을 별도로 둔 것은 국내 첫 사례다.

경기도가 지난 2020년부터 운영 중인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누구나 편히 오갈 수 있도록 도심지에 공간을 뒀다.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에는 교육실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몸집 큰 '비품종견' 늘어… 대책 마련에 고심

지금까지 추진해 온 동물복지 계획이 일부 효과를 내고 있지만 고민도 있다. 박경애 경기도 동물보호과장은 "최근 유기견 발생 추이를 보면 몸집이 큰 믹스견 수가 많아지고 있다"며 "아파트 주거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큰 개를 입양하는 것은 꺼리다 보니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지역 유기견의 '비품종견' 비율(동물자유연대 보고서)은 2020년 71%에서 2021년 75.3%로 늘었다.

현장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선향 팀장은 "무게가 10㎏만 돼도 '대형견'으로 본다. (사람들이 입양을 선호하지 않는) 큰 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고민"이라며 "입양센터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반려인들의 인식 변화 등이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품종견이나 소형견 선호 현상 등이 당장에 바뀌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행정은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유기동물 보호 공간을 늘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는 현재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막바지에 들어섰다. 경기 여주시 9만5790㎡ 부지에 들어서는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강의실과 대강당, 미용실습실, 휴게공간, 동물병원 등을 포함한 문화센터를 비롯해 3개의 보호동과 입양·관리동으로 꾸려진다. 보호동 3곳 중 2곳은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다. 계획대로라면 유기견 52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된다.

박경애 과장은 "도우미견 나눔센터 등을 운영해 본 경험을 통해 테마파크에서도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기견 안락사를 더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간 확보가 단기 대책이라면 근본적인 해법은 유기동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사업 목표는 2200마리로 잡고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고령자가 많은 농촌 지역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동물보호단체 또는 유기동물 구조 인력이 견주를 대신해 중성화 수술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사업 지침을 시군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 과장은 "중성화 수술비를 지원 받으려면 보통은 견주가 직접 시군이 지정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하지만 연로하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 시군에 신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유기견 발생을 줄이는 게 근본 방안이기 때문에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31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