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의 다양성을 위한 관점 넓히기

[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의 다양성을 위한 관점 넓히기
  • 입력 : 2022. 11.15(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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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어린아이들에게 정육면체를 보여주고 종이에 그리라고 하면 모양이 제각각이다. 그런데 가끔 배우지 않았는데도 시각이 굉장히 발달하고 관찰력이 뛰어나서 선 원근법의 원리대로 정육면체를 그리는 아이가 있다. 선 원근법은 선들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투시도법으로 멀리 있는 물체는 작게, 가까이 있는 물체는 크게 그림으로써 이차원 평면에 삼차원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선 원근법이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자연스러운 형식 같지만, 제각각인 아이들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 그렇지 않다. 선 원근법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하나의 형식일 뿐이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공간을 표현했다.

동양에서는 공간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삼원법이 있었다. 고원, 평원, 심원이라고 해서 풍경을 올려다보며 그리기도, 눈높이에 따라 그리기도, 산을 첩첩이 겹쳐 그리기도 했다. 서양의 중세 시대 종교화에서는 중요한 인물을 크게 그렸다. 가운데 커다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에 비해 주변 인물들은 작다.

공간을 구성하는 형식이 이렇듯 다양한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각에만 의존해서 보면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보이니 선 원근법이야말로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 원근법이 15세기 초가 되어서야 발명된 이유는 사람이 세상을 시각에만 의존해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생각의 영향을 받아서 멀리 있어도 관심이 높으면 크게 느껴지고, 눈앞에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이처럼 때로는 세상을 파악할 때 눈에 보이는 것보다 의미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과 형식이 다양하지만,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는 유행하는 관점과 형식이 있어 이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선 원근법의 영향력도 오랜 기간 강력해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선 원근법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주의'가 될 정도였다. 파블로 피카소는 선 원근법을 탈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관찰한 대상의 여러 측면을 하나로 조합해서 그렸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이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도시에서 살지 않을 경우 예술가가 관점과 형식의 다양성을 모색하기가 더욱 힘들다. 제주도 역시 다양성의 측면에서 미술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술사를 더 깊이 공부하고, 인터넷의 자료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으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전시장과 비엔날레 등 국제전을 관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자주 도외나 해외를 방문하기는 힘들기에 제주도에서 어렵게 다시 열리는 비엔날레를 응원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기회가 제주도에서 지속되길 바라본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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