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모기'섬이라는 의미를 가진 서귀포의 문섬을 사슴섬으로 환원하자는 제안이 한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필자도 이주해 오기 오래전 서귀포를 여행하면서 '모기가 많아 문섬이라 불린다' 라는 설명을 듣고, 당시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왜 그곳만 모기가 많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모기 문(蚊)'자를 사용하는 문섬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상고사연구소 이종석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간의 의문이 풀리게 됐다.
아울러 지난 21일 오후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식민잔재 청산활동 추진계획(안)'에 대한 도민 공청회가 개최됐는데, 그는 공청회 후반에 "일본총독부가 1920년부터 지도에 모기문자 문섬으로 비하해 표기해온 것을 아름다운 사슴섬으로 환원 개칭해야 한다"고 그간 연구해온 결과를 발표했다. 참석자들의 호응과 함께 청산활동을 위한 5개년 추진계획에 지명도 포함시켜 연구해 나가기로 공감대를 구축했다.
그는 2010년 당시 서귀포항에 섶섬, 문섬, 범섬의 안내 표지판이 따로 설치돼 있었고, 그 표지판에 기록됐던 문섬의 유래는 문섬이 민둥섬에 이어서 믠섬, 사슴섬(鹿島)으로도 호칭됐고, 1920년대 모기가 많다해 모기문자 문섬(蚊島)으로 표기된 것을 봤는데, 최근 확인했을 때는 문섬(文島)으로 표기된 것만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의 안내 표지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 조선총독부 고시 제123호(1916년 5월 20일)에 사슴섬(鹿島)이라고 기록한 사료적 근거를 찾게 됐는데, 동 고시에서 보목리에 숲섬(森島), 서귀리에 사슴섬(鹿島), 법환리에 범섬(虎島 )이 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조선총독부의 기록이지만 일제 강점기 이전에 이미 문섬을 민둥섬이라 부르지 않고 사슴섬으로 개칭해 불려 졌다는 사실을 기록한 소중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일제잔재로 남아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구습에 젖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1921년 조선총독부령에 따라 사람과 자동차는 모두 좌측통행하도록 했다. 해방 후 차량은 우측통행으로 환원됐으나, 사람의 우측통행은 2009년이 돼서야 안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복원됐다.
또한 사슴섬과 범섬은 마치 사슴과 호랑이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으로 엉덩이 양끝 쪽에 좌우 대칭으로 새끼 섬(가칭 鹿尾島, 虎尾島)이 있어, 사슴과 호랑이의 꼬리를 연상시켜 준다고 했는데, 그의 주장은 멋진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과거 왜곡된 명칭을 찾아내어 환원하는 데는 절차와 과정이 있겠지만, 아름다운 제주지역의 옛 명칭을 되찾는 것은 일제식민잔재의 청산에 이어 제주지역의 전통신화를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으로 본다. <김장환 전 광저우총영사·한국외교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