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모두가 '우리'였던 순간, Again!

[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모두가 '우리'였던 순간, Again!
  • 입력 : 2022. 11.30(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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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기억이란 보통 새겨두거나 간직한 과거의 직·간접적 체험을 되살려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억은 경험한 당시의 느낌과 감정, 그로인한 의미 등을 포함한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각자가 체험한 과거를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상당부분 시대의 문화와 맞물리며 사회적인 것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렇게 기억의 배경과 형성에 문화가 관여하고 소통을 이끌어 내어 형성된 기억을 '문화적 기억'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문화적 기억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집단이 공유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4년에 한 번, 지구촌이 들썩이는 축구 축제 월드컵이 열릴 때면 어김없이 2002년이 떠오르는 이유 역시 이제는 '역사'가 된 그때의 강렬했던 문화적 기억에 있을 것이다. 지역과 세대, 이념의 갈등을 떠나 모두가 '하나'임을 경험하고 '일체감'을 느꼈던 2002년 월드컵은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집단기억인 것이다.

거리를 수놓은 붉은 물결과 힘찬 구호, 마치 혁명의 순간과도 흡사했던 그때의 즐거운 축제는 단순히 월드컵이 촉발한 우발적 현상이라기보다 민족의식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그 기이할 만큼 거대한 응집력의 힘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드라마틱했던 기적의 4강 신화가 그 원천이었음은 당연하지만, 그 이면에는 1997년부터 2001년 8월까지 4년간 지속되었던 IMF와 경제적 고난, 그리고 불황이 안긴 불안감과 억압된 욕망이 자리했으리라 생각된다. 희망이 간절한 시대에 '하면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막연한 이상을 축구가 현실로 만들어준 것이다. 모두가 함께 외쳤던 '대~한 민국' 구호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세대와 계층, 성의 경계를 허물고 화합하는 장이자 '할 수 있다'라는 극복과 긍정의 체험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다시 우리의 삶에 긴 여운을 남기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2002년 이후 월드컵은 4년에 한번 어김없이 열렸으나 올해 유독 2002년이 상기됨은 다시, 간절히 '희망'을 소환하고픈 현재의 불안과 걱정 때문일 수 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구호를 외치는 거리 응원의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시큰하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환호할 수 있음이 감격적인 것도 긴 코로나 시대를 건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긴 시간의 먹먹함과 먹구름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꽃 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절망과 분노, 반복되는 이념 갈등으로 얼룩진 정치까지 우리는 참으로 힘든 날들을 버티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국민 모두에게 '우리'라는 공동체의 감각을 일깨우고 새로운 자신감을 부여하여 신명나는 전환점의 계기가 되었듯 다시, 무엇이라도 해보기 위해 그해처럼 한바탕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모든 시대는 난세였으나 그럼에도 역사가 된 그날처럼 말이다. <김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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