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현대인의 삶은 스마트한 세상을 이끌어가는 첨단과학의 결과물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인공적 도시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과 함께 할 때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건강해진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더욱 자연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그것의 가장 효율적인 것이 정원이다. 영국의 정원예술가 거트루드 지킬은 이렇게 말했다. "정원은 위대한 스승이다. 정원은 우리에게 인내심과 조심스러운 관찰과 근검절약 그리고 무엇보다 전적인 신뢰를 가르친다." 또한 '아는 것이 힘'이란 명언을 남긴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도 "정원은 인간에게 가장 큰 청량제여서 정원이 없다면 궁전과 건물은 조잡한 작품에 불과할 뿐이다. 예의 바르고 우아한 시대라면 사람들은 위엄 있게 집을 짓고 섬세하게 뜰을 가꿀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인류 역사에서 정원은 한때 왕족이나 부유한 계층의 전유물이기도 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친근한 문화공간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제 정원은 우리의 생활공간인 아파트 단지, 개인주택, 건물 실내로까지 들어오고 있다.
정원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가족과 지인들의 죽음으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정원 가꾸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한 햇빛을 보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정원 가꾸기로 우울증을 치료하기도 했으니 그들은 정원의 필요성과 치유 능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정원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1981년 정원국제위원회의 피렌체 헌장에서 정원은 현대생활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으며, 자연을 통해 우리의 삶을 느끼며 자신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곳이라 했다. 또한 정원은 문명과 자연의 직접적인 동족 관계의 표현으로서, 명상과 휴식의 장소로서, 세계에 대한 이상적 상(像)의 우주적 의미와 낙원의 어원적 의미를 포함하며 문화·예술 양식의 한 시대, 나아가 창조적 예술가의 독창성을 증언한다고 정의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그 가치는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삶의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자연과 가까워지며 자연의 품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 한다. 나무와 정원은 결과를 보는 문화가 아니라 과정을 느끼는 문화이기에 빠르게 움직이며 많은 것을 도전하는 젊음보다 과정을 보고 과정에 감동하는 적당한 나이 듦에서 더 진하게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려는 성숙한 반려의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삶의 한 공간에서 자신만의 정원을 가꿔 나갈 수 있다. 정원을 가꾸고 정원 속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이제 삶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가고 있다. 그런데 정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원의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 속에는 아주 많은 삶의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