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려면

[문만석의 한라칼럼]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려면
  • 입력 : 2023. 02.14(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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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우리 사회의 잔혹한 학교 폭력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드라마가 공개된 후 드라마 내용과 유사한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인터뷰가 이어지는 것에서 '영화는 현실의 축소판'이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드라마는 '사적 복수'를 다룬다. '사적 복수'는 '공적인 시스템'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개인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만일 '더 글로리'의 주인공이 적절하게 보호되고 가해자의 행위가 조기에 단죄되었다면, 상처뿐인 '영광'으로 망가지는 삶들을 보듬을 수 있었을 터이다.

사법 시스템의 위기를 말한다. 수사하는 검사가 누구인지에 따라 기소와 불기소가 결정되고, 판결하는 판사에 따라 법의 해석이 다르다. 대상에 따라 법이 달리 적용되고, 같은 사안에 다른 시각이 작용한다. 조국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이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정을 외쳤음에도 우리가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80년대의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되고, 검찰의 영향력 확대를 반영한 '무검유죄, 유검무죄'로 확장됐다.

최근 '50억 무죄, 800원 유죄'라는 현수막이 화제가 되었다. 버스 기사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버스요금 800원을 횡령했다며 노동자에게 사망선고인 해고 판결을 내린 사안과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지급한 50억 원을 무죄로 선고한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유독 우리의 법은 없는 사람에게 가혹하다. 미국의 사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훨씬 엄격하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기업 임원 및 전문직 등 화이트칼라가 자신의 직업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 유형을 말한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등으로 블루칼라 범죄에 비해 불특정 다수에게 훨씬 더 큰 재정적 손실을 초래하므로 더욱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는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적 지위에 맞는 도덕적 의무를 이야기하지만, 행위에 따른 막중한 책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범죄에 합당한 처벌이 공정하게 가해지길 바란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둥 가해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범죄행위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측면에서 형이 정해지기를 바란다. 사법 시스템은 법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할 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법이 '사적 복수'의 시대를 마감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정되었음에도 다시 '사적 복수'가 화두가 된다는 것은 법의 존재의의를 위태롭게 한다. '더 글로리'의 피해자가 영혼이 부서지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가해자에 대한 올바른 공적 처벌과 재발 방지책에 있다. 더구나 흔히 말하는 '개전의 정'은 공정한 처벌 이후에나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법 앞에 평등한지, 법이 우리에게 제대로 작동되는지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다. <문만석 (사)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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