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제주 '국내 유일 불 축제' 변화 요구

기후위기 시대 제주 '국내 유일 불 축제' 변화 요구
25회째 제주들불축제 '기후재난' 이슈에 논란 확산
"산불 주의 재난문자 발송… 전면 폐지해야" 목소리
제주시 "발전포럼·시민평가단 의견 반영 개선 계획"
  • 입력 : 2023. 03.08(수) 18:28  수정 : 2023. 03. 10(금) 07:56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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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 홈페이지 화면.

[한라일보] "기후위기 시대 초대형 산불 대응 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기에 불 축제를 개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제주시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불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9일부터 4일 동안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등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2023제주들불축제 9~12일 새별오름 개최

제주녹색당은 8일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제주도정의 정책 방향을 세우라'며 '들불축제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연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되고 불씨 관리에 유의하라는 재난문자가 전 국민에게 발송되는 때에 들불축제가 열린다면서다. 이들은 "기후재난의 현실 속에서 세계 도처가 불타는 마당에 불구경하자고 생명들의 터전에 불을 놓는 파렴치한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발암 물질,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등의 산적한 문제와 함께 기후재난 앞에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시작됐다. 새별오름에 터를 잡은 것은 4회 축제부터다. 그동안 이 축제는 최우수 문화관광축제 등으로 이름을 올리며 성과를 띄운 반면 오름 보전 방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축제가 멈춘 것을 제외하면 매해 오름에 불이 타올랐다.

하지만 수십만 제곱미터의 오름을 활활 태우는 들불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강원·경북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영향으로 들불축제 취소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중단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국장은 "당초 전통목축문화를 계승할 목적으로 IMF 시절에 시작된 축제지만 지금은 오름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불을 내서 복을 비는 행사로 변질됐다"며 "더욱이 화산이 만든 오름을 보존 대상으로 정해놓고도 새별오름만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시는 최근 들불축제 사후 평가 시 관광객 유입 등 경제적 효과에 중점을 둔 반면 오름 관리 방안은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제주시가 들불축제를 위해 지난 10년간 벌인 각종 편의시설 공사는 30여 건에 투입 예산만 100억원 규모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불을 놓기 위해 석유를 사용했던 것은 아주 오래전 정월대보름에 맞춰 축제를 진행했던 당시의 일"이라며 "올해는 축제장에서 '들불축제 발전포럼'을 열어 오름 보전 방안 등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시민평가단도 처음 모집해 그 내용을 향후 축제 개선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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