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는 시청 출입구 자동문이 열리면서 시작된다. 층계를 올라 사무실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맞인사, 혹은 미소, 또는 가벼운 목례, 어떤 이는 무반응으로 회답하고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그리고 우리의 하루를 시작한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해마다 수립되는 각종 친절 시책과 평가에서 나온 친절 매뉴얼을 되짚어가며 응대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입가엔 미소를, 고객과의 눈맞춤을, 목소리는 밝고 명랑하게. 무난하고 평온하게 오늘이 지나간다.
퇴근하며 청사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때론 힘에 겨운 날도 우리에게로 온다. 분명 똑같이 다가섰지만 친절 응대에 미세한 차이가 있었을까. 고객의 공포스러운 윽박이 있었던 날도 생기고 욕지거리 쓰레기통이 된 듯한 하루도 있다.
그런 날은 퇴근길 발걸음은 무겁고 머리도 찌근댄다. "미진했던 응대였나?" 후회와 납득이 안 되는 억울함이 잠을 설치게도 한다. 가끔 생각해 본다. "공직 생활에 친절이란 어휘를 자신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오늘도 우리는 공직자로서 나름의 친절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설령 그 친절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올지라도 모두가 벅차오르는 행복으로 기억할 수많은 오늘을 놓칠 수 없는 까닭이다.<김현숙 서귀포시 경제일자리과 지역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