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군의 초급간부를 충원하고 유지하는 문제가 커다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초급간부 지원율은 지속 감소하고, 수도권 대학의 ROTC는 정원의 절반 정도만 겨우 채우고 있다. 제주대에서 선발하는 해군·해병대 ROTC도 이런 추세에서 빗겨나지 못하고 있다. 군 장교를 양성하는 각 군 사관학교 또한 입학경쟁률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며, 더욱 심각한 상황은 힘들게 사관학교에 입학하고도 10%나 되는 생도들이 퇴교하고 있다. 해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어렵게 충원해서 잘 양성한 해군 부사관이 더 나은 보수와 근무 여건을 이유로 해양경찰로 이직하고 있으며 그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군의 초급간부를 충원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병사월급이 늘어나고 복무기간이 단축된 정책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복무 여건은 열악하고 보수도 형편없으며 미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초급간부의 동요에 국방부 및 각 군의 대응이 분주하다. 국방부는 최근 초급간부와 간담회를 실시하고 장관 주관 '초급간부 복무 여건 개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 주로 논의되고 있는 분야는 노후 간부 숙소 리모델링 및 1인 1실 원칙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장려금과 장려 수당 증액, 각종 호봉 현실화, 당직근무비를 공무원 수준으로 정상화 등 보수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또한 개인의 '워라벨' 보장을 위해 최대한의 제도·문화적 배려가 필요하고 복무 중 개인의 직무역량을 향상시키며, 초급간부들이 병력관리에 있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지휘 책임을 경감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군이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고생한 만큼 경제적으로 보상해 주어야 하며 '워라벨'이 보장되는 좋은 직장이 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처방과 함께 더 생각해 볼 게 있다. 우선 군의 문화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군은 젊은 세대들을 정신교육을 통해 군에 적응하게 했다면 지금부터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에 맞춰 군이 빠르게 변화해 나가야 한다. 물론 우리 군의 뿌리와 정통성은 지켜나가면서 말이다. 또한 군인으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55 영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영원히 기억하고 예우"할 것임을 강조한 사실이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군의 초급간부가 무너지면 당장은 그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군의 전비태세는 물론 국가안보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남동우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예비역 해군 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