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20만 원까지"… 농번기 앞둔 농가 인력난 '발등의 불'

"일당 20만 원까지"… 농번기 앞둔 농가 인력난 '발등의 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소에도 도내 농가 인력난 여전
읍면 농가, 미등록 외국인 인력난에 치솟은 몸값까지 이중고
  • 입력 : 2023. 04.05(수) 15:19  수정 : 2023. 04. 06(목) 17:13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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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제주시 한경면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양파 수확작업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일당 10만 원 대? 옛날 말이라… 점심밥까지 멕이믄 20만 원 달랜 허여"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오르고… 우리 농촌은 중국인 단체 관광이라도 시작해야 먹고살아지는 거라"

제주시 한경면에서 농사를 짓는 고모 씨는 최근 양파 수확 작업을 위해 인력을 모집하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인력을 제때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소위 '반장'으로 불리는 외국인 인력 중개업자가 제시한 하루 인건비를 듣고 기가 찼기 때문이다.

그는 "재배 면적이 크거나 법인이 있는 농가는 인력 공급을 받을 수 있지만 영세농인 경우 일손을 빌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인력 부족 탓에 농사를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국제선 운항이 차츰 정상화되고 있지만, 농촌 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농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고 씨는 원인으로 여전히 중단 상태인 '중국인 단체 관광'을 꼽았다. 그는 "영세농들은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 이탈자(미등록 외국인)들이 없으면 수확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 씨가 언급한 것처럼, 도내 농가들은 체류 자격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보다 미등록 외국인을 더 선호하다. 정식 고용 절차를 거쳐서는 필요한 인력 수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다.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도를 통해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많아봐야 최대 5~6명인 데다, 영농 규모에 따라 정해진 근로자 수를 초과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 농업노동 지원 현황을 보면, 합법적으로 직업 인력을 중개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고용된 인력은 외국인의 경우 필요한 인력의 1.3%에 불과했다. 내국인은 고용 노동 소요 인력의 2.4%로 추정됐다.

도내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제주에 잔존한 미등록 외국인들은 현재 100% 완전 취업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인력사무소에서 이들을 돌려 쓰며 농가에 배치하는 방식"이라며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입도한 외국인들도 일당 15~16만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하면 결국 정해진 근로지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장 다음 달 마늘 수확을 앞둔 농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호소했다. 마늘은 기계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일손이 필요하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서 마늘 농사를 하는 박 모(62)씨는 "마늘 수확철이 되면 농협과 제주도청 등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오고 있지만 마늘·양파 수확 한 번 해보지 않은 인력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일손을 돕기 위해 봉사를 자원한 이들도 난감하겠지만 생업이 걸린 우리는 더 난감하다"라고 토로했다.

매해 반복되는 농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하 과제가 많다.

우선 서귀포시에서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시작한다. 운영 주체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농협이다. 다만 이들이 단기 체류자자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무단이탈 문제나 감귤 수확 경험이 없어 노동 숙련도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제주지역에선 올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총 267명을 배정받았다. MOU를 통해 86명이 입국하며, 결혼이민자는 181명이다. 그외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통해 50명이 입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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