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비판적 4·3연구
'완전한 해결' 잰걸음에 던지는 새로운 시각
  • 입력 : 2023. 04.07(금) 00:00  수정 : 2023. 04. 07(금) 12:54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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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성을 내재하는 '완전한 해결'이

어떠한 상태의 돌이킬 수 없는 마무리를 의미한다면,

이러한 말들은 어쩌면 끝의 서막을 알리는 징후가 되지 않을까."

-본문 중-




금기의 시대에서 '화해와 상생' '어둠에서 빛으로' 등의 깃발 아래 이제는 공적 영역에 자리한 제주4·3. 4·3특별법을 비롯한 귀중한 성과가 있었고, 보상과 재심 등 해결 과정이 현재도 진행 중인 지금, "'완전한 해결'로 환유되는 현실과의 불화를 꾀하고, 비판적 시각과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에 나선 책 '비판적 4·3연구'가 최근 출간됐다. 보다 새로운 시각을 견지한 연구들을 한데 모은 4·3연구 시리즈를 여는 첫 책이다.

'비판적 4·3연구'는 집단적 학술운동으로는 최초의 시도였던 '제주 4·3연구'(1999)가 닦아 놓은 토대 위에 있지만 "동시에 그것의 경계와 한계를 의식하며, 구조와 체계를 문제시하고 사각을 찾아냄으로써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마냥 휩쓸리지 않도록 반작용을 도모하고자"하는 취지를 안고 있다.

'비판적 4·3연구'를 열어가며 엮은이는 "공적해결 과정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성과를 사회화하지 못한 채 유리관 속에 가두어 놓고", "4·3연구가 유리관 밖으로 나와 현실의 문제에 응답하기를 요청하는 연대의 목소리에 무응답한 지 이미 오래"임을 짚는다. 그리고 "'어둠에서 빛으로'로 표현되는 단선적 발전 도식에서 의식적으로 이탈하려는 질문들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고 말한다.

고성만 제주대 사회학과 부교수가 엮은 이 책엔 민족자결권과 저항권을 토대로 제주4·3을 바라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승 교수, 재일제주인의 시각에서 4·3을 다룬 리츠메이칸대학 아시아·일본연구소 문경수 상석연구원, 반공주의와 개발이라는 쌍생아로 폭력의 구조를 다시 보는 문학평론가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글이 실렸다.

김동현 평론가는 "제주4·3을 끝난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제주4·3과 이후의 개발문제를 동시에 사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폭동론의 '아른거림' 속에 제주4·3평화공원 조성의 정치학을 살핀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김민환 부교수, 4·3트라우마와 치유의 정치를 다룬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김종곤 HK연구교수, 오사카 4·3운동을 기술한 오사카공립대학 문학연구과 이지치 노리코 교수, 그리고 4·3특별법이 고도화하면서 오히려 편협화되는 과거청산을 다룬 고성만 부교수의 글도 담겼다. 고 부교수는 글에서 "'제주의 봄', '완전한 해결'을 잰걸음으로 앞당기려는 과정에서 결락될 수 있는 질문들을 제기"한다. 한그루.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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