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오등봉공원민간특례사업에 시민감시단이 필요하다

[고영림의 현장시선] 오등봉공원민간특례사업에 시민감시단이 필요하다
  • 입력 : 2023. 04.14(금)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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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공원 한 가운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오등봉공원민간특례사업, 애초부터 말도 많았고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사업자가 내건 약속은 클래식음악전용공연장을 공원 내에 짓고 제주도에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 솔깃하고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허가 행정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것이라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 특례사업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점검하지 않으면 공공시설, 즉 공연장 시설의 질이 떨어질 수 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자에게 질문한다. 첫째, 공연장의 1300석 대극장을 1000석으로, 600석 소극장을 300석으로 축소했다. 공공의 약속을 사업자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가? 둘째, 제주 최초의 클래식전용공연장 위상에 걸맞게 공연장 건축음향과 동일한 조건에서 리허설이 가능한 오케스트라 연습실과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는가? 셋째, 다른 건축물들과는 달리 클래식전용공연장은 음향, 조명, 무대 등 특수 전문가가 설계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왜 비전문가에게 설계를 의뢰했는가?

제주도에게 질문한다. 첫째, 공공기관이 주도하지 않고 업체가 설계부터 건설까지 맡는 이 특례사업은 사업자를 위한 것인가, 도민을 위한 것인가? 둘째, 공연장 구성에 대해 건축가, 음향 전문가, 예술가의 의견 및 자문을 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기부채납 방식으로 인허가를 해준 이 특례사업을 감시하는 행정력이 제대로 발동하고 있는가?

사업자는 '제주예술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 특례사업을 포장하고 있다.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가 없는 예술공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사업자가 공원 안에 큰 강당과 작은 강당을 납품하는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민의 믿음을 지지해 줘야하는 책임은 제주도에 있다. 공공시설 건설 사업을 단계별로 감시하고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에만 맡겨두고 나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한탄을 했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추진 과정에서 특혜 의혹으로 제주판 대장동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았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던 사업인 만큼 도민의 예술향유 공간이 될 공공재를 허술하게 만들 수는 없다. 깊고 오묘한 울림의 매력 때문에 공연장을 찾는 관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결코 포기하면 안 될 일이다.

공연장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악기라는 기초적 지식을 사업자와 제주도가 갖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이 사업의 매 단계마다 시민의 감시가 필수적인 이유다. 도민의 자랑이 되고 자부심을 대표할만한 클래식음악전용공연장을 가지려면 '오등봉공원민간특례사업시민감시단'(가칭)이 필요하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 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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