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제주포럼 왜 우리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나(상)

[한라포커스] 제주포럼 왜 우리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나(상)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번영 모색 담론의 장으로 출발
올해 22주년에도 국제·국내사회에서 주목 받지 못해
자본시장·블록체인·도시재생 등 백화점 주제도 문제
도· 외교부·JDC 등 20여억원 지원… 이제 검토 시점
  • 입력 : 2023. 04.16(일) 16:25  수정 : 2023. 04. 17(월) 21: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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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다자 협력 및 논의의 장으로 지난 2001년 출범한 '제주포럼'이 올해로 22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17회 포럼을 개최했으나 해가 갈수록 '우리들만의 잔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8회 제주포럼(5월 31일~6월 2일) 개최를 앞두고 제주포럼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매년 20억 넘게 투입… '담론의 장' 한계

지난 1991년 4월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 간의 한·소 정상회의 이후 6회에 걸친 양자 혹은 다자간 정상회의가 제주에 개최됐다. 한반도 내에서도 냉전이 종식되고 평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제주가 동북아 긴장완화 완충지대로 부각됐다.

이후 제주도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다자 협력 및 논의의 장으로 제주포럼을 만들고 2001년 제1회 제주포럼을 개최했다.

제주포럼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고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와 외교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이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제17회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한라일보 DB

제주포럼 개최에 연간 2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나 개인이나 집단 등이 허심탄회한 논의를 거쳐 이상적 해답을 제시하는 거대 담론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고 동북아의 공동평화와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2001년 제1회 제주평화포럼을 개최, 6월 17일 제주선언문을 통해 제주평화포럼을 정례화 시켜나가고 제주도가 한반도·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구축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제주에 남북평화센터를 설립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평화와 번영의 체계적인 연구 수행을 위한 물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남북평화센터 설립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2005년 6월 11일 제주포럼에서 제주동북아공동체 선언문을 통해 제주평화연구원을 설립해 국제적인 평화연구 교류활동의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고 동북아공동체 실현을 앞당기기로 했으나 동북아공동체 실현에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9월 개최된 제17회 제주포럼에서 '삶의 영역에서 시도되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두만강 국제연합도시 건설 예시를 통해'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 한라일보 DB

|포럼 주제 백화점식 나열… 국제사회 주목 못 받아

지난해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제17회 제주포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속 공존과 협력을 통해 갈등을 넘어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문제 해결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포럼 주제도 당초 기획한 '평화와 공동번영 담론'의 주제를 넘어 경제질서, 자본시장, 블록체인, 도시재생, 지속가능 농업정책 등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있다. 세션 수도 50~60개로 제주포럼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도민들도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4회 제주포럼 참여기관중 평화관련 기관은 6곳(21.4%)에 불과했고 평화관련 프로그램도 26개(36.6%)에 그쳤다. 제주포럼이 국제사회나 국내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3일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1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개최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논의할 예정지만 이번 포럼 역시 우리들만의 잔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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