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인구 소멸 위기의 과제: 이주민과 ‘공존의 길’] (1)프롤로그

[기획 / 인구 소멸 위기의 과제: 이주민과 ‘공존의 길’] (1)프롤로그
예정된 미래 ‘인구 소멸’… 이주민들과 공존은 필수
  • 입력 : 2023. 04.21(금) 00:00  수정 : 2023. 04. 23(일) 15:02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생산 연령 인구 ↓·고령 인구 ↑… 인구 소멸 위기 눈앞
도내 1차산업과 제조업계 등 외국인 근로자 없이 존립 불가
다문화 가구 증가율 급등세… 관련 교육 ‘온정주의’ 넘어서야




[한라일보] 지난 2021년, 정부는 전국 시군구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청년이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출산율은 줄며 비수도권의 '도' 지역은 소멸 주의 단계에 들어갔다. 지방자치단체에게 저출생·고령화, 인구 소멸이라는 키워드는 존립을 흔드는 일이다. 고령화로 먹을 입은 많은데 노동 인구는 없으니 생산 감소→소득 감소→소비 위축→경제 불황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늙고 쪼그라든 지방자치단체는 성장 동력을 잃게 되고,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는 지역은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인구 소멸'은 예정된 미래다.



#"애 우는 소리 안 들린다…고양이 손도 아까워"="우리 마을에 보면 할머니들이 줄줄이 앉아 계시는데, 평균 연령이 80세라. 그나마 젊은 남자 딱 한 명 있는데 중국인이고. 애 울음소리 들은 지가 언젠지. 고양이 손도 아깝다고 허여"(김모씨(75)·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제주의 인구 전망 역시 녹록지 않다. 제주도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전체 인구 대비 생산 연령 인구(경제 활동 인구)의 구성비는 2020년 전체 인구의 70.5%에서 2025년 68.5%, 2030년 66.5%, 2035년 62.7%, 2040년에는 57.7%까지 떨어진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15.1%에서 2025년 18.9%, 2030년 23.1%까지 오르고 2035년 27.5%, 2040년엔 31.9%까지 갑절 이상 오르게 된다. >> 그래픽 참조

총 부양비 역시 크게 오를 전망이다. 2020년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41.9명에 그쳤지만, 2040년에는 73.3명을 부양하게 된다.

유소년 인구(0~14세)의 구성비는 2020년 14.4%에서 2025년 12.6%, 2030년 10.5%, 2035년 9.8%, 2040년 10.4%로 추락한다.

'제3차 제주특별자치도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은 도내 인구문제에 대해 '양적인 측면에서 제주지역 인구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인구구조적 측면에서는 노년부양비 및 총 부양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지방소멸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주민 유입, 인구 정책 측면으로 접근해야"=인구 문제는 하나의 해법으로 단번에 담판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관된 분야도 지역균형발전, 경제, 문화다양성, 복지 등 사회 각 분야를 포괄한다. 향후 20~30년 이상을 내다보는 긴 호흡으로 접근하며 충분한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2019년 열린 '외국인 주민과 함께 하는 한가위 한마당'에 참여한 제주 거주 외국인 주민들.

불가피한 해법 중 하나로 이주민 혹은 이민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이주민 정책이 인구 소멸의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지만, 경제 활동 인구 감소의 속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향후 이민청을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이민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해 부족한 노동력을 충족한다는 단편적인 접근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구 정책'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제주는 그 맨 앞에 자리한다. 도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3만2643명(2021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대비 4.8%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외국인 주민 수 인구 대비 비율 4.1%보다 높은 수치다. 1차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 외국계 주민들의 노동력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다문화 가구 비율 역시 높은 수준이다.

제주에 '이주'라는 공통 배경을 가진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안고 있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제주에 지속적으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주 사회는 이들에게 삶의 공간을 내어주고, '그들'이 아닌 함께하는 '생활인'으로 받아들일 채비가 되어 있을까? 지금의 인식은 이주민 유입이 본격화했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 '도민의 수요에 따른 공급'="외국인 근로자를 정식 고용해 보기도 했고, 불법도 많이 써봤어요. 없으면 공장이 멈추니까요.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늘 줄다리기를 하고 있죠"(김모씨, 식품가공공장 대표)

베트남과 스리랑카 출신 어선원.

한국을 향해 오늘도 외국의 수많은 청년, 여성, 가족이 짐을 꾸린다. 많은 경우 이들의 발길은 농·어촌과 혹은 건설현장, 제조업계 등의 업종으로 향한다.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산업 존립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로 합법 외국인 인력 수급 경로가 막히며 이들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잔존한 외국인 근로자, 특히 미등록 외국인의 노동력이 인력난을 겨우 땜질해 냈다.

제주 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데려다 쓰고 돌려보내는 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처우가 열악해진 이들은 사업장을 떠나고, '고용-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 임금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마구 데려오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인력을 데려와 양성하고 이들이 제주에서 생활인으로서 함께 살 방법을 고안해 낼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들에 대한 사다리형 합법화 조치도 요구된다.



#'다문화 시즌2'를 맞이하며=향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할 모습 중 하나가 다문화·이민사회로의 전환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는 다문화 사회 진입의 선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문화 가구와 학생 수의 증가율, 인구 대비 비중까지 전국 기준보다 상향 곡선이 가파르다.

도내 다문화 가구원 수는 2019년 1만 6642명에서 2021년 1만8189명으로 1574명 늘며 9.4%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국 기준 다문화 가구원 수는 2019년 106만2423명에서 2021년 111만9267명으로 5.3%(5만844명) 늘었다. 전체 가구 중 다문화가구가 차지하는 비중(2020년 기준)은 2.0%로 인천과 경기, 충남 다음으로 높았다.

한경면 한 밭에서 양파 수확작업중인 외국인 노동자들.

도내 다문화 학생 수는 2019년 2079명에서 2021년 2616명으로 25.8%(537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국 기준으로는 16.6% 늘었다. 도내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학생 비율은 지난해 기준 3.6%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도내 다문화 혼인과 출생아 수가 한때 급감했지만, 다문화 가구의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민 2세들의 학령기와 배경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흔히 '다문화 2세'로 뭉뚱그려지지만 균일한 존재가 아니다. 국내출생, 중도입국, 외국인가정 학생 등 출생지 국적 등 배경이 제각각이며 연령과 형편에 따라 정책 수요도 다르다. 이제까지의 다문화정책이 우리 사회의 정착과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2023년 다문화 교육은 온정주의 차원을 넘어 맞춤형 정책으로 제공돼야 한다. 강다혜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이         름 이   메   일
277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