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뜨거운 안녕
  • 입력 : 2023. 05.12(금) 00:00  수정 : 2023. 05. 12(금) 22:31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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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한라일보] 우주를 지키던 친구들이 이별을 고하러 왔다. 마블의 화려하고 근사한 영웅들 중에서 유독 허술하고 엉뚱한 아웃사이더들이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3편으로 울퉁불퉁하고 울렁울렁 대던 그들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언제부터인가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마블의 인기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순간에 마블의 에이스는 아니었던 괴짜 친구들이 심장을 꺼냈다. 우리가 사랑했던 마블의 모든 것, 변치 않는 우정, 피어나는 사랑, 가상한 용기 그리고 마블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영웅담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은 놀라울 정도로 근사한 포장 안에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손 편지가 담긴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은 인간이 아닌 주인공, '로켓'이 서사의 마지막을 열고 닫는다. 모두가 이상하고 특별한 가디언즈 중에서도 말하는 너구리 '로켓'은 단순히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나 전형적인 감초 캐릭터가 아님을 제임스 건 감독은 힘주어 말한다. 비뚤어진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통해 재탄생된 로켓의 가슴 아픈 서사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의 러닝 타임을 가득 채운다. 영화의 시작점에서 로켓은 라디오헤드의 유명한 곡 'creep'을 부르며 등장한다. 고개를 떨구고 세상에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그는 '나는 여기에 속하지 않았어'라고 낙담한다. 나는 흉하고 못났다고, 여기와 맞지 않는다고 낙담하는 그가 가진 트라우마는 너무도 강력하고 끔찍해서 관객들을 여러 차례 울린다. 그리고 2시간 반에 이르는 시간 동안 그의 상처와 낙담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로켓의 과거와 현재의 친구들을 통해 기적처럼 치유되고 해결되는 감동의 여정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작정하고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럭버스터인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그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내 친구와 내 친구의 친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던지는 것에 아낌없이 돌진하는 영화다. 이 정직하고 투명한 메시지들을 영화는 내내 로켓처럼 관객들에게 발사한다. 자칫 교훈적인 투가 될 수도 있었고 교조적인 뉘앙스로 비칠 가능성도 있었지만 영화는 웃음과 눈물이라는 대중 영화의 가장 흔하지만 또 가장 어려운 배합을 영리하게 해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은 복잡하지 않다. 시리즈의 1, 2편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콘텐츠다. 사랑과 우정, 눈물과 감동이 있고 짜릿한 액션과 휘황찬란한 볼거리도 넉넉하다. 쉽지만 단순하지 않고 길지만 늘어지지 않는 데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수많은 질문들과 금세 사라지지 않은 감정의 잔상들을 남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끝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이토록 뜨거운 포옹이라면, 이렇게 근사한 안녕이라면 이 이별을 아주 기쁘고 예쁘게 기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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