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프로젝트 헤일메리] 뜻밖의 우정

[영화觀/ 프로젝트 헤일메리] 뜻밖의 우정
  • 입력 : 2026. 03.23(월) 03:00
  • 진명현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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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한라일보] 외톨이에게 세상은 대체로 잔인한 편이다. 말썽꾸러기에서 천덕꾸러기가 돼 가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다름, 다름, 다름은 어느새 틀림이 되어 있고 그러다 보면 세상이 나에게 등 돌린 것처럼 나 또한 타인과 세상에 대한 기대 없이 살기 마련이다. 기대가 없이 산다는 것보다 슬픈 지속이 또 있을까. 그런데 어느 날 나를 둘러싼 이 세상이 무너질 위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알게 됐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에게도 변화를 촉구하는 일이 된다. 외톨이였던 한 남자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우주 한복판으로 향하게 된다.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는 자발적 지원이 아니다. 외톨이 천재 과학자가 난데없이 등 떠밀린 모양새로 도착한 망망대해에서 시작하는 영화,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된 SF 블럭버스터다. 원작 소설가인 앤디 위어의 전작 '마션'의 전세계적 성공 이후 또 한 번 한 남자의 고군분투가 우주에서 펼쳐진다. 태양이 죽어가는 징조를 발견한 후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원이 됐던 그레이스는 말 그대로 등 떠밀리듯 그것도 혼수상태로 우주로 보내진 이다. 깨어났을 때 생존자는 자신뿐이고 기억은 희미하다. 우주선 내부를 더듬어 가며 기원을 복원한다고 해도 '나 홀로 우주'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망망대해와 망연자실의 상황에서 그레이스는 어떻게 살아남게 될까. 무엇을 믿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기대 없이 살아왔던 외톨이에게 우주는 어떤 기댈 구석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낙관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 속에서 그레이스와 관객들 앞에 영화가 내놓는 것은 '뜻밖의 우정'이다. 여기 나와 같은 목적으로 우주를 향한 존재가 있다는 것. 비록 거미를 닮은 낯선 돌멩이의 형상을 하고 있더라도.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라는 넓은 공간을 무대로 한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꼴을 풍성하게 갖춘 작품이지만 의의로 그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소박하고 깊다. 너와 나에서 우리가 되는 비밀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불통 상태에서 소통 상태로 끝내는 영원히 우주에 새겨질 우정으로 향하는 그레이스와 록키의 동행이 '헤일메리 프로젝트'서사의 중심이다. 두 존재는 각각의 행성을 구하기 위해 같은 임무를 함께 풀어헤쳐 나간다. 각기 다른 곳에서 왔기에 다른 방식의 배움이었겠지만 서로의 지식과 기지를 합쳐 문제를 풀어내고 점차 성과를 만들어간다. 답이 없던 공간에 채워 넣은 수식들은 모두 두 사람의 관계의 진전에서 기인한 것들이기에 그것을 이 두 존재의 우주 교환 일기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사라져 가는 시간 속에서, 희박한 가능성 속에서 그레이스와 로키가 나눈 우정이 만들어 낸 정답이 각각의 행성에 도착한다. 둘은 우주를 구한 영웅이지만 영화 속에서 그 상찬과 환호는 중요하지 않다. 프로젝트의 성료로 인한 두 사람의 이별이, 말하자면 어찌할 수 없는 관계의 종말이 우주영웅들의 귀환보다 더 큰 감정으로 다가온다.

두 시간 반을 넘기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러닝타임 속에서 나는 자주 울컥했고 몇 번 훌쩍였다. 그러다 영화의 엔딩 즈음에서는 이상하게 외롭지 않다는 생각으로 행복해졌다. 나 혼자 세상에 있는 것 같다고 느끼면, 내가 정해둔 그 세상 밖을 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연하기만 저 우주 어딘가에 나와 친구가 될 존재가, 막역한 사이가 될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기대에 설레기도 했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불통의 구멍을 뚫는 소통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믿어 본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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