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성 옛길 흔적 품은 '도로 유구' 운명은

제주성 옛길 흔적 품은 '도로 유구' 운명은
관덕로 8길 지중화 공사 구간 조선시대 도로 유구 확인
제주시 "현지 보존시 공사 어려워 일부 이전·기록 보존을"
2차 제주성지 계획엔 미포함… 문화재청 심의 결과 주목
  • 입력 : 2023. 05.17(수) 18:14  수정 : 2023. 05. 20(토) 11:17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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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성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조선시대 도로 유구가 처음 확인된 제주시 관덕로 8길 지중화사업 공사 구간. 인근에 제주성 남문이 있었던 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시의 지중화사업 공사 구간인 관덕로 8길 한짓골에서 제주성 옛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조선시대 도로 유구가 발굴되면서 보존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제주시와 제주도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2021년 9월 착수한 문화재 정밀 발굴조사 용역을 통해 드러난 해당 구간의 매장문화재는 제주성 남문지 치성과 옹성의 잔존 유구, 조선 시대 도로 유구다.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전문가 검토 회의를 통해 남문지 잔존 유구는 현지 보존하고 조선시대 도로 유구는 이전 보존 조치하는 안이 거론됐다. 이 중 도로 유구 이전 조치에 대해선 지난 3월과 4월에 세계유산본부 등이 참석해 두 차례 관계기관 협의를 벌였지만 각 기관에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중화사업 시행자인 제주시의 관계자는 "남문지 치성과 옹성 잔존 유구는 해당 유적을 그대로 두고 관로 매설이 가능하지만 도로 유구는 상황이 다르다"며 "도로 유구를 그 자리에 놔두면 2020년 10월 착공해 진행 중인 지중화 공사 추진이 힘들어져 제주시에서는 유구 일부를 인근 소공원으로 옮기고 주변에 유적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는 기록 보존 계획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제주성내 옛길. 제2차 제주성지 보존·관리와 활용 계획 연구보고서에 실린 자료다.

앞서 제주도가 지난달 공개한 제2차 제주성지 보존·관리와 활용 계획 연구보고서에는 "근대 시기 이후 들어선 도시시설물의 난립 등으로 실질적인 제주성의 완전 복원은 요원하다는 예측이 가능하다"면서도 "이런 여건에서 제주시의 도시개발계획과 연동해 현재 잔존 유적을 중심으로 한 제주성의 거점 구역을 설정하고 최대 30년 장기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남문이 인접해 있고 일각이 위치했던 주변 일대의 일각 구역, 현재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고 제주성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남성 구역 등 7개 구역을 단기 또는 중·장기 토지 매입·발굴 구역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제주성 관련 도로 유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도로 유구 이전 조치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도로 유구를 다른 장소에 갖다 놓는 게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고 이전 검토 부지가 문화재 구역이어서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박물관에서도 이전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유구가 발굴된 지점은 일각 구역과 남성 구역 사이에 있는 길로 제2차 제주성지 보고서상의 복원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도로 유구는 제2차 제주성지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에 확인된 거여서 해당 유적의 보존과 관리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본부에서는 "17일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심의가 열린 만큼 그 결과가 통보돼야 보존 방향이 정해지고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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