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10년간 전기차 민간보급을 선도하며 대중화를 이끌었던 전기차엑스포가 막을 내렸다. 올해는 모빌리티 혁신과 에너지 대전환을 향한 담대한 여정이란 주제로 전기선박과 도심항공교통(UAM), 농기계 전동화 등 전기차를 뛰어넘는 또 다른 시작을 선언했다. '탄소 없는 섬 제주' 실현에 지속가능한 방점을 찍은 것이다.
초기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전기차 볼거리 전시는 대폭 줄었다. 전기차 상용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제주가 전기차의 메카로 발돋움하는데 지리적, 산업적으로 열악한 조건의 한계도 작용한 듯 보였다. 그러나 대중교통차로제에 적합한 양문형 도어 전기버스와 도로청소용 전기차의 출현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전기선박의 야외전시와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출범을 알리는 창립포럼도 해상교통 전동화 역시 목전에 임박해 왔음을 예고하듯 뜨거웠다.
전기차엑스포는 시작부터 세계적인 민간경제회의체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을 표방해 왔다. 신차모델의 런칭 위주인 모터쇼와는 다르게 세계전기차협의회(GEAN)를 주축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퍼런스 섹션과 비즈니스 미팅을 차별화했다. 특히 이번에 개최된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대회는 유니콘을 향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투자 마중물로서 향후 엑스포가 가야 할 방향 설정과 정체성 재정립에 주요 모티브가 됐다.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은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국제환경세미나를 개최했다. 전기차의 사용이 생물권보전지역에서의 기후변화와 대기질 형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엑스포 개최와 함께 한 국제환경기구의 첫 출현은 그동안 전기차 사용을 권장하고 세계환경수도를 꿈꿔왔던 제주에게 상당한 의미 있는 출발로 보여 진다.
오래전 주민이 하나둘 떠난 사람이 그리운 섬 가파도에 봉사를 가게 되면서 뜨거운 뙤약볕과 매서운 칼바람을 재생에너지의 원천으로 전환하고 운행 중이던 차량을 모두 순수전기차로 바꾸는 모험을 함께 시작했던 국제녹색섬포럼, 섬환경에 대한 이해와 주민과의 교류로 사람이 찾아오는 녹색 섬 가파도의 탄생과 전기차의 다보스포럼을 꿈꾸는 국제전기차엑스포의 시작을 함께하는 원동력이 됐다. 당시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향후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의 모토가 됐고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발원지가 됐다.
이제 일상의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나아가 기후재앙으로 확산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에너지 대전환과 교통운송 수단의 전동화도 피할 수 없는 인류의 과제가 됐다. 이를 먼저 인지하고 고민해 온 제주도의 탄소 저감 노력은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 사례이다. 미래 세대에 귀중한 자산이 될 가파도에서 시작된 녹색 섬에 대한 이해와 실천, 제주라는 불모지에서 발아한 전기차에 대한 도전과 열정, 지구를 향한 민간의 노력에 이웃들의 응원이 아름다운 5월이다.<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