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중 양국지도자들의 발언과 발표되는 정책을 살펴보면, 양국이 어떻게 관계개선 과정을 거쳐 국교정상화에 이른 후 가까운 이웃나라가 될 수 있었는지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한·중 양국의 관계개선과정을 보면, 서로의 필요에서 비롯되었지만, 중국은 개혁개방에서 기술과 자금이 필요했고, 북방정책을 추진하던 한국은 시장이 필요해서 짧은 기간 내에 양국이 모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소련 해체 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유지됐으나, 중국의 국력신장과 시진핑체제가 등장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에 이은 '일대일로' 정책은 미국의 우려를 낳게 했고, 미·중 간의 전략경쟁에 이어, 신냉전시대로 진입을 촉진시켰다.
한편, 한국에서 반중정서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동북공정에 이어 한국의 안보주권문제인 사드배치를 문제삼아 경제보복을 가하고, 중국인 여행객의 한국방문을 통제한 것이 영양을 미쳤고, 중국에서 반한정서는 관변언론의 반한 논조가 역할을 했다.
그간 한·중 양국이 외형적으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왔고, 다층적 대화 창구를 만들었지만 사드배치 이후에는 이러한 채널은 제대로 작동이 못했다. 아울러 양국 간 무역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체제, 가치, 안보이익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중국 측은 윤석열정부의 인·태전략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한국의 인·태전략은 중국을 배제하지 않고, 상호존중과 호혜의 원칙 기반으로 상호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주포럼의 한 세션에서 한·중 학자들은 '공동번영을 위한 한·중 전략협력'이라는 표제로 발표와 토론 기회를 가졌다. 양국 학자들은 각기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소통'을 강조했는데, 한·중 양국 지도부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적정한 대화채널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양국의 제도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할 때는 잘 표시가 나지 않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정치사회적으로는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당이 결정한 정책과 방침을 행정기관은 그 기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집행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복잡한 사안들은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빈번한 정권교체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삼불합의' 논란과 같이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해 국내외에서 신뢰 상실은 물론, 사후 변명에 급급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한·중 양국 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그간 얻은 교훈과 경험을 토대로 한·중 양국이 품격 있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김장환 전 광저우총영사·한국외교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