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리돔은 제주 바다 어디서나 잘 관찰된다. 하지만 해역마다 자리돔의 특성도 다르고 자원량은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김광회 제공)
제주바다, 해조류 생산량 감소오분자기·한치 자원 등도 급감환경·생태계 관리 필요성 대두
한국 최초의 어류학자 정문기의 '어류 박물지(1974)'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그 시절에 모슬포에서는 멸치를 그물로 잡지 아니하고 부락민들이 통과 바가지를 가지고 연안에 나와 바다에서 퍼내었다. 떼를 지어 이리저리 다닌다고 하여 '행어(行魚)'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120여 년 이전의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그 시절 바다는 어땠을까? 제주 향토 바다 음식의 재료는 당시 풍성했을 것이다.
서귀포 시내에서 보목항으로 가는 길목에 과거 제주대학교 해양연구소가 있던 곳으로 가는 길이 있다. 입구에서 옆길로 조금 가면 바닷가로 내려가는 경사길이 있는데 위에서 바라보면 온 바다가 모자반이었다. 밭이고 숲이었다. 생물학자로 막 입문을 한 다이버에겐 신기한 전경이었다. 모자반이 사람의 키의 서너 배는 자라 수표면에 늘어져 있어 수중을 어둡게 할 정도였다. 바닥에 붙어 다니지 않으면 모자반에 휘감길 정도로 울창하였다. 이런 곳이 제주 해안 곳곳에 있었다. 수온이 높아져 모자반이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지어 떠다니면 '듬북'이라 했다. 책 '제주도에 서식하는 모자반류'의 저자인 강정찬 등은 "엄청난 생물량을 가진 모자반군락은 서식지로서 연안 생태계의 기반이 되고, 음식 재료가 되었으며, 농사에 필수적인 비료가 되었다."라고 했다.
각 산호에 속하는 해송류는 주민들은 '무낭'이라 하였는데 그 쓰임새 때문에 '무당 무(巫)'를 쓰는 것이라 여겼는데 이를 입증하는 자료는 찾지 못했다. (조은진 제공)
자원도 관리 잘해야 지속가능
'제주도 생활사'(2016)를 저술한 고광민 민속학자는 제주 바다를 '화산 바다'라고 해서 육지의 바다와 구분을 하는 특출한 시각을 가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주 바다에서 모자반, 감태, 미역 등 해조류자원의 소멸에 주목하였다. '제주통계연보'를 살펴보니 최근 해조류 생산량이 많이 감소하고 있었다. 이들 식물이 일차생산자여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비자들에게 먹이가 될 뿐 아니라 은신처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니 해조류 감소를 통해 제주 바다를 위기로 보는 작가의 시선은 타당하다.
자원이라고 하면 '인간 생활에 유용한 천연물'을 의미하나 현재 생태계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생태계 서비스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유무형의 혜택을 말하는데 이것을 재화(돈) 가치로 평가하여 비교하기도 한다. 보통 바다의 자원이라고 하면 수산자원만을 연상하게 된다. 제주 해조류처럼 약품 또는 비료의 재료로 사용하였다면 이 또한 재화 가치를 가진 것이 된다. 제주 바다의 자리돔이나 다금바리, 방어, 한치 그리고 전복과 오분자기와 같은 동물들 그리고 우뭇가사리, 톳, 감태, 모자반 같은 식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주 바다에서 나는 해면동물에서 불치병 치료제를 추출한다면 이것도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이 무낭이라고 하는 해송을 어민들은 그 자체로 말려 지붕 처마 밑에 걸어 집안으로 들어오는 액을 예방하는 액막이로 썼다. 학창시절 무엇에 쓰이는지 모르고 잡아 왔던 해송을 민박집 주인이 달라고 할 때 비로소 알았다. 당시 서귀포항 근처에는 해송이나 일부 돌산호로 만든 기념품점들이 더러 있었다. 해송으로 만든 담뱃대도 기억이 난다. 신기한 것은 이 해송이 조선 시대 토산품 목록에 있었다는 점이다. 천지연폭포 기념품 가게에서는 구멍연잎성게를 매듭으로 엮어 팔기도 하였었다. 어떤 집에는 수십 개가 있었다. 더는 이들을 볼 수 없는 것은 자연보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다시는 채취할 수 있는 만큼 볼 수 없는 것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요즈음은 국 해 먹기 좋은 미역을 채취했다는 것이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아직 미역이 곳곳에 자라고 있지만, 언제까지 일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김병일 제공)
더 나아가 수중경관이 아름다워서 또는 '딥다이빙'을 하기 편한 곳이어서 이곳에 수중관광객이 온다면 바닷속이 관광자원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깨끗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더 많이 올 것이다. 또 이러저러한 여러 자원이 유지되게 조화를 이루고 자원이 감소하지 않게 유지하는 환경 또는 생태계가 있다면 이 또한 소중하게 관리해야 할 가치일 것이다. 이 모든 가치가 제주 바다의 자산 가치가 되고, 제주도 자산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올 4월에 대정 상모리에서 활동하는 해녀로부터 직접 말전복 네 마리를 샀다. 최근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크기의 생물이었다. (제종길 제공)
오분자기로 시작된 수산자원 위기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은 지난해에 오분자기 치패 16만 마리를 방류하였다. 관련된 여러 기사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150t 내외로 어획됐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꾸준히 감소하여 2018년에는 1t으로 어획량이 급감하였다. 15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자원이 고갈되었고 대책이 시급하였다. 최근 어획량이 조금 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 해물탕에는 오분자기가 없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돌았고, '전복 해물탕'으로 이름을 바꾼 지도 꽤 되었다. 주재료가 양식 전복으로 바뀐 것이다. 자원의 변동이 문화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조간대나 얕은 물에서 나는 작은 고둥들을 통칭하여 제주에선 '보말'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부터 보말이 들어간 음식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다. 죽은 물론이고 삼계탕이나 전의 재료도 된다. 제주에서 발행하는 잡지에까지 보말의 영양가와 맛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관광객들도 돌멩이 뒤집고 바위 밑을 더듬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먼저 겪은 울릉도와 동해안에서는 결국 자원 남획으로 이어졌고, 재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거나 외국산으로 대체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따개비(삿갓조개)'와 '섭(홍합)'이 그들이다. 일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서 문어 자원에 유사한 일이 있었으나 아직 그 자원을 되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자원 남아 있을 때 지켜야
한치나 자리돔 자원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몇 년 후가 걱정된다. 제주 바다 전체를 바라보고 자원 가변성과 기후변화를 고려한 대책을 세울 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