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통계에 기반하지 않은 글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통계에 기반하지 않은 글
  • 입력 : 2023. 06.22(목) 00:00  수정 : 2023. 06. 22(목) 15: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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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근래에 오고 가는 발언 중에 매우 눈여겨 본 단어가 있는데, '과학', '통계', '데이터'라는 말이다. 하나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과학적 정보와 검증 결과에 기초해야 하며 감언이설에 선동돼선 안된다"는 정부의 입장에서, 또하나는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한 행정을 통해 일로써 승부봐야 한다"고 늘상 강조하는 오영훈 지사의 발언에서다.

 통계와 데이터가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주요 정책은 물론 소득, 성과 등 인생과 업무에서의 결정도 이를 바탕에 두고 이뤄진다. 통계에 기반하고 전문성까지 더해진 정책이라면 꽤나 공신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사실이라면 '팩트'로서 뒤집을 수 없는 논거로 제시되니, 논쟁이 일어나는 곳에는 늘상 통계와 데이터, 과학이 등장한다.

 다만 통계는 데이터에 기반해 패턴과 경향을 분석하는 과정이며 데이터는 수많은 변수와 상호작용을 포함하는데, 현실은 복잡하고 데이터로 모든 영향력을 완벽하게 포착하는 것은 어렵다. 과학 역시 새 발견과 연구에 따라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검증과 수정을 필요로 한다. 통계와 데이터, 과학적 사실은 인간의 지식과 판단력을 향상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돌아오면, 이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과 '안전하다'는 판단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시각과 이해관계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 있다. 어찌 됐건 방사능이 녹아 있는 물을 바다로 흘려보낸다 하면 편안할 사람은 없다. 분명한 건 발생 이후를 알 수 없는 일이 대규모로 예정된 경우 대개는 불안이 앞선다는 것이다. 방류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건 '불안'이라는 뜻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 해도 불안이 앞서면 선뜻 믿어지지 않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정치인이라면 각종 데이터와 과학을 들이밀며 당위성을 입증하기 이전에, 불안과 의심으로 언 마음을 녹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언 고기를 재우려면 녹이는 게 먼저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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